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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Oct 17. 2017

제주의 한 달_그래서 제주는 나에게 무엇인가?

2014년 11월 6일

제주는 나에게 무엇인가.

제주에 내려온 지 한 달이 지났다. 9월 29일 집을 싸가지고 내려왔으니 한 달 하고 며칠이 더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을 한 느낌이다. 올레길도 여러 차례 걸었고 사무실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간다. 무엇보다 20년 만에 손을 다시 댄 글쓰기 작업이 몸에 익기 시작하니 맘이 조금씩 놓인다. 역시 자금 문제만 조금씩 해결되면 좋으련만 그 기미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법원에서 불러서 서울에 갔다 왔다. 사람들이 서울에 다녀온 일이 잘되었냐고 묻지만 그 사실이 더 우습다. 서울에 일이 잘되게 하려고 간 것이 아니라 회생일은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한 끝맺음이라는 것을 이해할 리가 없다.


아마 조만간 또 마음 조리고 인상을 쓰게 될 것이다. 암튼 이제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왔으니 어찌 되든 버티고 이겨나갈 일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서울에 가니 기분이 묘하다.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혹시라도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까 봐 조금은 걱정이 된다. 내가 서울에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은 길거리는 역시 사뭇 다르다. 홍대 앞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성미산 마을 역시 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강남역 주변은 여전히 번쩍이며 사람들의 주머니를 요구한다. 소비를 진작시켜달라고. 짧은 기간이지만 이 기간 중 일을 처리해야 한다.


아침 비행기를 탔다. 갈 때와 달리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제주의 거리를 걸으며 이곳도 며칠간 계속 다닌 덕인지 낯설기보다는 익숙하다. 조만간 정들겠다 싶은 생각이다. 오전에 출근하며 바오젠 거리 앞의 사거리를 무심코 사진을 찍었다. 4개의 매장이 화장품 매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뿐 아니라 이 근처는 모두 화장품 가게가 대세다. 한 블록 건너 브랜드 매장들이 줄지어 있다. 중국자본의 위력이다.


사무실로 향하면서 이곳이 나의 출근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낯설면서도 재미있다. 제주에 출근한다는 생각을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 달간 제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우스으면서도 신기하기만 하다.


촉촉한 아침거리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조금은 쌀쌀해졌다. 곧 이곳도 추워질 테니 준비를 해야겠다.

10월이 지나고 11월이 왔다. 스산함을 어찌 견딜까. 뽀로리가 보내준 초겨울 옷들이 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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