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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Oct 16. 2017

하루하나 벼룩시장 방문한 날

2014년 10월 18일

지금은 이제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제주도 초기의 벼룩시장 하루하나장. 이효리와 장필순이 참여하는 것으로 더 잘 알려진 장으로 한창 명성이 올라가던 시절 찾아본 내용이다.


청명한 가을이 계속되는 제주의 하늘은 파랗고 맑다. 그 맑음이 진정한 가슴속의 느낌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움츠린 흐릿함보다는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으로는 매우 좋다. 토요일인 10월 18일은 그런 날씨여서 좋다. 당분간 이 날씨가 계속되리라. 시간이 되면 한라산을 도전해보고픈 날씨겠으나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


하루의 일정이 시작되는 토요일은 즐거운 기분이다. 시장이 서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판매자들이 자신이 가져온 물건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앞쪽의 하얀색 건물이 이 장터를 주최한 하루하나 카페이다. 모든 매대는 주차장에 들어섰다. 카페 주인은 토요일 하루 영업은 포기하고 이 터를 내는 것이라 더 애착이 가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 설명한다.

하루하나 카페에서 주관하는 플리마켓, 벼룩시장을 가기로 한 날이다. 육지에서 내려와 제주에 사는 사람들의 상징적인 동네가 돼버린 애월. 그 한가운데 장전의 카페에서 열리는 장터다. 이 카페와 장터는 이미 나름 꽤 유명한 명소가 된 느낌이지만 더불어 이 벼룩시장의 이름을 빛낸 이들 중에는 무엇보다도 이효리와 장필순의 역할을 조금은 강조해도 괜찮을 듯싶다.


이날 공교롭게도 가수 장필순은 열심히 자신의 매대에서 옷가지들을 팔고 있었으나 이효리는 오전에 왔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끝날 무렵 다시 나타난 그녀와 남편 이상순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유명세는 어찌 못하나 보다.

육지에서 내려와 제주에 사는 사람들의 상징적인 동네가 돼버린 애월. 그 한가운데 장전의 카페에서 열리는 장터다

이들의 장터가 유쾌하고 동네 마실 나온 사람들의 친근한 교류의 장인듯한 느낌은 단순한 장터 이상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그 한 단면을 옛적 새신랑 신부의 신방 들여다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뚫고 들여다보는 느낌과 유사하다. 이것이 심하면 관음증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그 보다는 이들의 생활 그대로가 조금은 묻어 나와 있어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여러 가지 장면이 보인다. 


셀러들에게서 매우 친숙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카페 주인장의 말로는 1년 하고도 반년이 되어 간단다. 처음에 될 듯 말 듯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한 장터가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하나의 벼룩시장이 되고 말았으니 기쁘면서도 당혹스러울 듯한 기분이 들리라. 어찌 됐든 이 행사에 주차 도우미 요원까지 생겼으니 시장이 커지기는 커진 모양이다.

다만 그 주차요원이 제주에 놀러 내려와서 도와준다고 급조된 봉사요원이라니 이 벼룩시장의 성격을 더 잘 말해준다. 더불어 웃음이 나온다. 제주 이민이라는 말이 있듯 아마도 이들은 이민자들끼리의 공동체나 연합체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 중의 한 형태로 이 만남이 자연스레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그 한 단면을 옛적 새신랑 신부의 신방 들여다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뚫고 들여다보는 느낌과 유사하다

분위기는 홍대 앞 놀이터에서 오래전부터 벌어지는 벼룩시장의 초기 형태라고나 할까. 그 벼룩시장의 셀러들은 판매의 목적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고 소비자 또한 단지 좋은 물건을 싸게 사거나 구경이라는 본래의 목적에만 충실하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는 어떤 의사소통의 공감대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다행히 이날의 행사에는 판매자에게 사연을 물어보는 구매자들과 이를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자신의 사연을 술술 이야기하는 판매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굳이 저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내려와 살면서 자신들만의 공방이나 예술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들은 사람들이 그립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저들 역시 각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자신을 타인에게 설명할 장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다음은 편안한 전시장이나 장터와는 조금은 다른 전시회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들르면 카페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암튼 그들은 유쾌했고 더구나 즐거워했다. 고객들도 감사했고 그러면 된 일 아닌가... 장터에서 정겨운 만남이 이어졌으니 그 만남은 아마도 저들의 창작 욕구를 다시 북돋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가 주는 참 묘한 결과물이다.

20일은 벨롱장이 서는 날. 그 날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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