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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18. 2017

제주를 걷다_함덕과 서우봉

2015년 1월 17일 해질녁을 넘는 서우봉과 뒤늦게 만난 북촌

여전히 토요일 오전은 일어날 수가 없다. 옆에서 자고있는 아들녀석이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제 늦게 잤단다.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짜증을 내며 힘들어 한다. 이대로 놔두면 하루를 멀쩡히 날려 버릴게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아들 녀석을 깨웠다. 이불도 들고나가서 털고 들어온다. 한참을 투덜되고 짜증을 내던 녀석이 마지못해 일어난다. 어렵게 어렵게 방을 나섰다.


외도동에서 일을 마치니 3시다. 이를 어쩔가 싶지만 날씨는 좋다. 강행군은 아니더라도 무리한 일정을 보내기로 해본다. 다행히 신제주까지 차를 얻어타고 터미날로 향해 동일주버스를 탔다.

함덕 서우봉 해변에 내리니 이미 4시.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바람이 너무 거세다. 하늘은 맑고 좋은데 거센 바람덕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청명한 하늘에 볕도 좋고 바람도 나를 날려버릴 듯 짜증이 난다. 그래도 바닷가는 보기좋다.


피곤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아들이 비실거리며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내 옆에서 투덜거리며 걷는다. 억지로 끌려온 모습이 역력하다. 바람이 세고 추우니 포기하고 그냥갈까 하다가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바닷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쁘고 좋다. 함덕해변은 내 기억속에는 제주에서 가장 바닷물이 이쁜 해변이었다. 기대처럼 바다는 이쁘고 날씨가 청명하니 바다의 푸르름이 지나칠 만큼 제 빛에 겨운 바다색이다.

다행히 바다 한가운데까지 걸어서 나갈 수 있는 길이 잘 되어있어 한참을 걸어나갔다. 푸르름이 짙은 바다와 하늘이 대비될 만큼 서로를 뽐내는 날씨다.

청명한 하늘에 볕도 좋고 바람도 나를 날려버릴 듯 짜증이 난다. 그래도 바닷가는 보기좋다

아들은 은연중에 그대로 돌아서 집에 가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저 앞에 보이는 서우봉을 걸어서 넘어가리라.싫지 않은 듯 선선히 따라나선다. 녀석은 늘 그렇다. 처음에는 싫다싫다 하면서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그다지 싫은 내색없이 선선히 따라나선다. 아마 아직은 이를 거부하기에 힘이 조금 부친 모양이다.

해변에서 보는 바다도 이쁘지만 역시 산을 조금씩 오르며 뒷쪽에 보이는 바닷가를 보는 재미는 또 색다르다.함덕해변부터 서우봉을 넘어서는 길은 올레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한숨을 쉬며 올라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다달았다. 누군가 밭을 일구어 놓았다. 이 밭에 개인 땅이라는게 조금은 의구심이 들지만 봄철이나 여름에 밭을 갈면서 바다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싶다.


앞에 걷는 아들의 터덜거리는 모습이 여전히 아쉽다. 중간에 만난 부부가 나에게 관광왔느냐고 묻는다. 뭐라고 답해야 하나. 나는 이럴때마다 참으로 곤란하다. 관광을 왔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제주에 완벽히 살아가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네, 그냥 여기 살아요." 

관광을 왔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제주에 완벽히 살아가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 부부는 여기가 아마도 함덕이지 싶겠지만 나에게 여기는 그냥 제주일 뿐이다. 간단한 인사말과 덕담 아닌 경치 찬양의 말을 나누면서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좋은 경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그 사람도 내 처지를 이해하듯 아들이 끌려온 느낌이라 말한다. 나역시 저 나이때는 결코 풍경에 감동해서 이런곳을 걷는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나 역시 중고등 시절에 그냥 경치가 눈앞에 들어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지금이야 사정이 다르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청소년기의 정서를 맞추는 일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겠는가.


산자락을 휘도는 길을 넘으니 다시 바다가 보이며 다른 마을과 포구가 나온다. 지도상으론 여기가 북촌이리라. 아담한 항구가 눈에 드러오고 한적한 마을의 적막한 느낌이 해질녁의 분위기와 겹쳐지며 스산함으로 다가선다.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길을 따라 내려 바다가의 포구에 닿았다. 끝자락을 지나는 순간.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작은 포구의 한 가운데 파란색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너무나 이쁘고 아름다운 장면이라 놓칠수가 없다. 이럴때 이쁜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그래도 이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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