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서귀포 중문에서 낯선 전기차를 시승한다는 점은 번거롭기는 해도 다소 기대가 되는 방문이다. 차량을 시승한다는게 뭔 의미가 있으랴. 신차라는게 디자인이 바뀌고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것 말고 타고싶다는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다일진데 점점 운전을 하기 싫어지는 사람들에게 시승이라 가당치도 않은 제안이다.
마지못해 수락한 시승체험을 위해 켄싱턴 호텔로 갔다. 중문단지 내의 고즈넉한 자리에 위치한 호텔은 날씨때문인지 혹은 평일때문인지 스산한 기운마저 감돈다.
기술자와 엔지니어의 설명을 듣고 차량에 올랐다. 버튼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동의 체험은 고사하고 이거 차가 시동이 걸렸는지 조차 알수없는 낯설음이 먼저 찾아들었다.고즈넉한 시골의 조용함이랄까. 차가 움직일까. 부드럽게 움직인다. 어쭈...
선도차들을 따라 나섰다. 평일 낯의 중문단지와 차량이 적은 도로를 택한 이유로 비교적 순간순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굴러가는 차 자체가 신기하다. 차량내부는 기존의 가솔린 차량과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구조를 갖추었다. 넓은 실내공간도 그러려니와 계기판 역시 어느 순간 내가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준다.
앞차를 따라가느라 바쁘다. 평소 가솔린 차를 운전할때보다 더빨리 속도를 내고 브레이크를 밟는다. 앞차의 시승자들이 자동차 전문 잡지에서 온 기자들인지라 이들의 요청은 좀더 극단적인 경험을 요구하는 터이다. 나로서는 따라나서기 벅차다. 아주 익숙하고 길들여진 내 차로도 100km이상 속도를 잘 내지 않는 나에게 시승자들을 따라나서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럴수록 이 차가 잘 받쳐준다.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전기차가 조금 어설프거나 실험용이 아닐까 하는 내 우려가 무지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구간구간을 지나면서 선도차의 가이드가 들린다. 순간 가속을 시험해보란다. 100km까지 도달하기 위해 몇초나 걸릴까. 사실 나도 그것이 조금은 궁금했다. 어설프게 측정해봐도 10초대다. 나쁘지 않다. 순간가속력이 안나오면 어쩌나 싶은 내 우려가 기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에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낸다. 구불구불한 2차선 국도에서 코너링을 연습해보고자 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 느낌을 느끼기에는 감각이 부족한지라 앞차만 쫒아가며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겨우겨우 따라가기 위해 속도를 낸다. 벌써 100km다. 계기판을 보고는 있지만 코너링에 부담이 없다. 시승을 할 만하다. 쏠림현상을 느낄 수 없다.
다른 브랜드의 차들도 이럴까? 사실 궁금하기는 해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려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a/s는? 사고시 처리에는 문제없는가. 메카닉들이 잘 교육되어 있는가. 사실 일반 구매자들에게는 그같은 우려가 더 걱정이다. 코너링을 느끼는 것과 순간 가속력, 등판능력 등에 대해 전기가 할 수 있는 모터의 힘이 이정도까지인 바에야 그 성능을 의심할 만한 예민함이 내게는 없다. 오히려 그로인해 일어나는 부수적인 사고나 고장 등에 얼마나 회사가 잘 대처하고 있느냐가 더 걱정이다. 더구나 외국산 수입차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신있게 답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후 어떤 불만들이 터져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전기차 시장이 이만큼 성큼 다가섰다는 것을 몰랐다는게 이상하다. 나의 무지함을 탓해야지 사회적 흐름을 논할 때가 아니다. 이미 15만대나 팔렸다는 이 차량을 오늘에야 타보면서 전기차시장이 주는 매력에 조금은 많이 경도된 내 자신을 느낀다. 좋은 차다. 기회가 된다면 first car로 선택해도 무방하다. 특히나 전기차의 인프라가 마구 마구 깔리기 시작한 제주에서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내가 전기차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올까. 혹시 나에게 나중에 오더라도 전기차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제안하고 싶다. 도에서도 2200만원을 지원해준다. 니산 LEAF가 5480만원이니 여기서 2200만원을 제외하면 3260만원이다. 일반적인 소형 외제차 가격이다. 거기에 기름값 걱정은 안해도 되잖은가. 보험은 어떨지 그것이 궁금하다. 결국 회사에서도 답해줄수는 없으니 직접 알아볼 밖에...
그럼에도 니산의 전기차 LEAF는 선택을 권해도 미안하지 않은 느낌이 충분히 들었다. 낯선 중문에서의 시승느낌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는데 어려움이 없게 만들었다. 다음에도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