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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Feb 18. 2016

미디어 단상①사건 보도만 있고 분석이 없는 언론을 탓하

[기획] 제주 미디어 이야기

지난 연말  지방 인터넷 언론의 선임 기자직을 잠시 접고 그동안 느꼈던 제주 미디어에 대한 단상을 적었다. 3편의 시리즈로 잠깐 외도하는 기분으로 글을 올린다.



언론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도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렵지 않게 ‘fact’라고 대답한다. 나 역시 그리 배웠고 그 무엇보다 사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가 기자들 교육시에 가장 먼저 언급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아무리 멋지고 수려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현혹하고 관심을 끌어도 사실관계가 틀린 것을 인정할 수는 없는 이유는 모든 논리의 기본에서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초등학교 반공교육의 단골 교재였고 많은 학교 교정에 동상이 세워졌던 이승복 어린이 이야기가 어느 순간 외면되고 배척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고 뒤쳐진 취재를 우려했던 기자의 ‘작문’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CNN이 전 세계적인 미디어로  뛰어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전쟁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현장 보도라는 사실과 연결시켰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브리핑을 통해 전쟁의 참상이 배제된 보도에서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걸프전 현장을 직접 화면에 담아 생중계를 했던 점이 인정받을 일이었다. 


장황하게 기자의 사실 보도 혹은 팩트 확인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되새기는 이유는 역으로 그것만으로 언론의 역할이 다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사실 보도의 의미와 매체가 가진 영향력을 알기에 미디어는 어느 순간 사회 현상을 솔직담백 하게 전달하는 수단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사실을 가공하고 재단하고자 하는 권력과 행정, 기업, 사회단체들의 ‘작업 대상’ 1순위가 되어버렸다. 때로는 권력이 됐고 사실에서 멀어지도록 포장하는 주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사실 보도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보도자료가 남발되고 취재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사실을 가공하고 유리한 사실들만 노출시키고자 한다. 


사실 보도 혹은 팩트 확인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되새기는 이유는 역으로 그것만으로 언론의 역할이 다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이점에서 언론의 또 다른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 이상의 그 무엇을 찾아내는 것. 그것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그 안에 매몰되서는 결코 찾아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관점과 진지한 숙고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직관도 필요하다. 사실을 뒤집어 보고 의심하는 못된 버릇도 키워야 한다. 남을 이해하기보다는 남에게 아픈 상처를 주는 연습도 해야 한다. 


현상을 분석하고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언론은 ‘fact’에 대한 앵무새 이상의 것이 되기 힘들다. 


길지 않은 기간 제주 언론에 몸담으면서 예상 밖의 많은 정보 과잉을 느꼈다. 다른 한편 수많은 정보와 사건들이 있음에도 많은 언론들이 사실들이 갖는 의미와 사실 뒤의 또 다른 의미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종종 적지 않은 사회단체들이 제주도의 현상에 대해 혹은 제주도정의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한다. 언론은 이들의 논리를 대서특필한다. 반면 솔직히 그들 단체가 누구를 대변하는지는 잘 모른다. 대표성 조차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이들의 논리가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제주 언론은 정보 과잉과 함께 감정과잉의 미디어로 전락하고 있음을 본다. 


제주의 발전을 위해 눈을 감고 펜을 들어야 할 시간이 됐다

제주 언론은 감정과잉 대신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타협과 협상 그리고 해결을 전제로 한 방향 제시의 의무에 더 집중해야 한다. 제주사회는 더 이상 단순한 사실 보도만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이슈가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발생하는 시점에 와있다. 


논리적이지도 않은데 사실 자체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보도할 때는 감정과 해석을 자제해야 한다. 대신 이를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할 때는 명확한 근거와 논리로 해야 한다. 그래야 제주 언론이 변하는 제주의 위상에 걸맞은 위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이들의 적극적 참여와 개진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논객의 출현을 간절히 원하는 것도 다름 아니다. 


누구는 궨다이라는 제주문화가 논객 부재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타인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 한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된 제주의 네트워크 상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이유다. 


진정 그 이유가 사실이라면 제주의 발전을 위해 눈을 감고 펜을 들어야 할 시간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수많은 새로운 이주자들이 제주로 내려오고 있다. 전대미문의 개발과 변화가 엄습하고 있는 이때 궨당문화 때문이든 아니든 제주 사회를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습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 오랫동안 언론에 몸담았거나 지역현안에 밝은 이들이 자신의 시각과 판단을 떳떳하게 밝혀 제주도와 도민들에게 입장을 전해야 한다. 


설사 자신의 논리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입장이 크더라도 그러한 논의들을 표면화시킴으로써 제주도가 한쪽의 논리나 주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중앙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또 행정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제주도를 공론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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