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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Feb 18. 2016

미디어단상② 취재와 분석의 외연을 넓여야 제주가 보인다

[기획]제주미디어 이야기 두번째

지난 연말  지방 인터넷 언론의 선임 기자직을 잠시 접고 그동안 느꼈던 제주 미디어에 대한 단상을 적었다. 3편의 시리즈로 잠깐 외도하는 기분으로 글을 올린다.



제주는 건축중이다. 최근 제주의 가장 큰 변화중 하나다. 제주 곳곳이 계속 시끄럽다. ‘힐링의 제주’보다 ‘건설의 제주’가 더 어울릴 지경이다. 신화역사공원같은 복합리조트부터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끊임없이 무언가 짓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바에 둘러싸인 신축 빌딩을 보는 일이 너무나 익숙해져가고 있다.  

<11월 말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해안도로의 갤러리 <마음빛 그리미>에서 매월 아마추어들의   정기공연인 ‘향연’이 바다를 배경으로 열렸다.>


다른 하나 제주 시내에서 더 이상 자동차로 속도내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운전을 하던 안하던 교통체증이 생활화 됐다. ‘더럽게 막힌다’는 말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나아질 일도 없을 듯 싶다.   


주말이 아니어도, 최고급의 공연에만 눈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제주는 찾아가 볼 장소가 널려있고 자발적인 소규모 공연이 성황이다. 제주만이 아니겠지만 제주에서 새로운 문화 현상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일반적이 됐다.   

이 같은 제주현상은 제주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잦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제주언론의 보도태도는 여전히 낯선 무언가를 다루는 의아함을 내포한다. 현상에 대한 기술이 주를 이룰 뿐이다.  


90년대 중반으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언론의 1면 TOP기사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이 아니면 언제나 정가소식이 1면 톱을 장식했다. 어느 순간 톱기사가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경제 기사가 정치기사를 제치는 경우가 잦아졌다. 아직도 정치기사가 메인뉴스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후 절대적 우위를 점하던 시기는 지났다.  


국가의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생활도 다양해지면서 경제 기사는 물론 산업, 국제경제 등 사회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주제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매일매일 가장 중요한 이슈를 선택하는 폭이 늘어났다.   

 제주에서 새로운 문화 현상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일반적이 됐다. 

공교롭게도 제주의 언론은 아직도 정치적 이슈가 대부분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제주의 각종 언론매체를 보면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심층적인 경제기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치면서 땅값과 주택값이 얼마나 올랐다던가 중국자본이 제주도 땅을 다 사들인다는 뉴스가 나온다. 다행이긴 하다. 그만큼 실제 제주는 그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자세한 경제 뉴스는 가물에 콩나듯 한다. 물론 산업적으로 감귤산업과 관광산업이 주류인 사회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나름대로 대기업의 영역인 면세점과 이주 기업들, 그리고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날로 늘고 있다. 경제단체도 있고 금융기관도 즐비하다. 수출도 늘고 새로운 산업이 부상한다. 이에 비해 이들에 대한 취재와 경제 상황에 대한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잘 없다. 각 기업들이 내놓는 홍보성 기사 아니면 사회적 사건과 관련된 기사가 대부분이다. 제주의 경제 생태계가 바뀌는 속도에 비하면 반영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들 아는 현상이지만 한해에 1만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제주를 찾는다. 육지생활을 포기하고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으려 내려오는 사람들이 월 1천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제주에서는 여전히 이방인이고 그 시각을 전제로 접근한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삶의 이야기와 영향력은 이미 제주사회의 가장 다이나믹한 문화적 현상이자 사회적 주목꺼리이기도 하다.  


많은 매체가 아직 이들에 대해 낯선 접근을 한다. 저 사람들은 제주에 와서 저렇게 산다. 벼룩시장을 열고 다양한 공연을 연다는 접근이다. 물론 그렇게 하고 있다.  


그 현상에 대한 소개가 간헐적으로 소개는 되지만 집중적이거나 체계적이지 않다. 분석이 없다. 그런 현상은 굳이 제주 언론매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블로그와 잡지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접한다.   


그들이 제주사회에 주는 가능성과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게 아쉽다. 이들을 제주의 주요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방법과 그로 인한 영향을 찾아내야 한다.   


이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휘발성 강한 시너와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제주도에 안착하느냐에 따라 발전의 원동력도 되겠지만 강짜 부리는 태클세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제주만의 특이성도 중요하고 이주민들의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육지의 다른 지역과 달리 급변하는 제주현상의 핵심은 경제의 다양화와 어떤 영향과 힘을 가졌을지 모른 이주민들이라고 본다. 거기에 덧붙여 자본이 밀려온다.  


제주가 지내온 그동안의 위상을 고려하면 제주는 기회이자 커다란 위험에 처해있다는 진단이 결코 틀리지 않다.  


제주의 주요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방법과 그로 인한 영향을 찾아내야 한다.   


그 현상의 중심에 언론이 적극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다이나믹해지고 있는 현상과 이주민의 내부를 자세히 살피고 분석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내뿜게 될 숨결이 제주를 좋게 바꾸거나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든 이전과 다르게 온통 이전에 없었던 상황으로 바꿔놓을 일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기존의 정치적 행정적 관심과 더불어 그동안 방치해놓았던 취재의 외연을 좀더 적극적으로 넓혔으면 한다. 그래야 제주사회를 똑바로 볼 수 있다는게 얄팍한 내 의견이다.  


다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가며 헛발질은 하지 말아야 한다. ‘뻘짓’하는 언론만큼 꼴불견이 어디 있는가. 여론을 선도한다는 미명하에 딴소리만 하고 있으면 매체의 영향력은 고사하고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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