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 Wat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 Feb 19. 2016

미디어 단상③ 제주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미디어가 산다

[기획] 제주 미디어 이야기 3

지난 연말  지방 인터넷 언론의 선임 기자직을 잠시 접고 그동안 느꼈던 제주 미디어에 대한 단상을 적었다. 3편의 시리즈로 잠깐 외도하는 기분으로 글을 올린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쌍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제주는 소용돌이의 한 복판에 있다. 좋게  이야기하면 개발과 발전이지만 그 변화의 방향이 올바른지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제주도의 땅을 외지인들이 다 사들이고 나면 제주도는 어디로 가게 될까. 과연 중국인들의 부동산 개발과 묻지 마 매입은 어디까지 갈 것이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변방의 섬 제주는 과연 한국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그럴만한 힘이나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 


한가한 미개발 섬의 제주가 좋아서 내려왔는데 모든 해안과 경치 좋은 곳을 건축물들이 점령해버리면 외부 관광객들이 제주를 지속적으로 찾아올까. 도시화가 되어버린 제주에 경쟁력은 있을까.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잠깐 동안의 생각만으로도 쏟아져 나온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감귤농업에서부터 강정과 4.3, 제2공항, 이주민 문제, 관광객, 신항만 등 한 곳에 모아놓기 힘든 모든 이슈가 한꺼번에  표면화되고 있다. 무엇하나 녹녹하지 않고 쉬운 해결책도 없어 보인다. 


우리가 암흑의 시대라고 일컫는 중세의 최절정기에 살던 사람들도 자신이 사는 시대가 가장 격변기에 처해있노라 생각했다는 말을 한다. 우리가 그 암흑기는 아닌가. 


변방의 섬 제주는 과연 한국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그럴만한 힘이나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런 모든 주제를 다 모아놓고 보면 더 헷갈리고 오리무중인 것이 대한민국의 변방 1번지가 아닌 동북아 중심지가 되고 싶어 하는 제주의 가시적 목표다. 또 제주가 추구하는 비전의 실체는 물론 제주도민의 정서에 부합되는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합의되거나 논쟁이 충분한지 잘 모르겠다. 


거창한 구호가 없다는 게 아니다.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이 있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특수한 구조까지 만들어  놓는 데 성공했다. 


그 같은 구호와 특수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전의 비전과 방향이 옹색하고 초라해 보인다는 느낌마저 든다. 


제주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그것에 대해 도내의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는 것일까. 


민선 6기 도정이 미래비전에 대해 용역을 추진 중이고 중간결과도 발표했다. 비전 설정과 제주 미래비전 6대 부문별 기본구상안, 현안과제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했다. 


내용을 살펴본 후 느낌은 약간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들이 현란하게 조합되어 있다는 점 말고는 감동이 다가오지 않는다. 심하게 표현하면 도정 최고책임자의 논리를 비교적 더 모호하고 애매한 용어로 포장한 후 전문 단어들로 치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짜낸 전략과 방법론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내가 무지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한 때문이리라.


미래비전 중간용역 결과가 발표됐을 때 도내 언론이 그 비전의 세세한 측면을 숙고하고 파헤치고 비판적 분석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우습게도 각 지역의 수많은 단체나 개인이 열정적인 일과 사건을 만들어낸 후 결국 그 결과물의 최종 목표가 언론 노출인 경우가 종종 있다. 소통의 채널로서 역할을 해야 할 미디어 노출이 결과물 도출의 목표가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미디어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의견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런데 사회 현상을 분석하지도 않는데 무슨 놈의 비전을  이야기할까 보냐 마는 그럼에도 주문해야 한다. 미디어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 1인 미디어가 됐든 수십 명의 기자들을 보유했든 미디어로서 자부심을 갖고 깃발을 내걸으려 한다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디어가 생각하고 도민에게 추천하고 싶은 비전과 방향은 무엇인가. 


도에서 발표하는 비전을 요약하는 일 말고 그 비전의 옳고 그름과 가능한 수정 방향 등을 미디어에서 읽었으면 했다. 


제주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겠다며 기치를 내걸고 언론사의 이름을 걸었던 것이 아닌가. 사회에 대해 일갈을 내지르는 숨소리를 갖고 있는 제주도의 매체를 보기가 쉽지 않다. 참 보고 싶은데 말이다. 


세세한 사건의 사실 보도 외에 방향  제시는커녕 해설 박스 하나도 제대로 써대지 못하는 언론에게서 미래 제주사회의 비전을 요구하는 것이 다소 무리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제주라는 지역에서 무언가 소리라도 내기로 했으면 비전을 내걸고 방향을 정하고 가보지 않은 뱃길이라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고함 정도는 칠 수 있는 미디어가 되기를 바란다. 

미디어가 생각하고 도민에게 추천하고 싶은 비전과 방향은 무엇인가. 

그래야 사람들이 들쳐보고 쳐다볼 것 아닌가. 


누가 보게 하려고 80여 개가 넘는 미디어를 등록해놓고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방향도 모른 채 제주의 소용돌이를 멍청히 뒤따라가고 있느냐 말이다. 


언론이라는 이름 하에 제주도의 미래에 대해 용감하게 글을 써대는 매체나 글쟁이들이 있으면 혹시 차를 타고 가다가 손 한번 흔들고 눈길 한번 주지 않을까. 술자리에서 안주라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미디어라 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디어단상② 취재와 분석의 외연을 넓여야 제주가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