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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04. 2018

스페인속 빌바오8_도시를 바꾸는 힘

“구겐하임 신화는 빌바오 도시전략의 성공이다”

지난 10월1일부터 3일까지 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에서 국제사회적경제포럼(Global Social Economy Forum)이 열렸다. 전세계 84개 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장, 국제기구 대표, 사회적경제 활동가 등 약 1700여명이 참여한 자리다. 사회적경제 주체 간, 지방정부간 협력을 도모하는 회의이긴 하지만 빌바오라는 도시가 가지는 도시재생사업의 상징성을 간과할 수 없다. 빌바오는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사회적경제인들에게는 희망과 동경의 도시이다. 쇠락했던 철강업 도시가 도시재생으로 다시 살아난 희망의 도시 ‘빌바오’에서 느끼는 도시재생사업의 방향과 제주가 가야할 길에 대해 세 차례 기고문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 필자 주 



[기고-빌바오에서 제주를 묻다] ①도시계획과 거버넌스-문화중심도시가 된 치밀한 전략


도시재생을 언급하면서 스페인 북부의 빌바오를 언급하는 일은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어 버렸다. 워낙 변화의 결과가 극적인데다 그로인한 파급력 역시 ‘역대급’이라고 말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가 스페인 북쪽, 바스크족의 주요 도시인 빌바오 시는 전 세계적인 도시재생의 아이콘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결과를 놓고 볼 때 우선 구겐하임 미술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해체주의 건축가인 프랑크 게리의 독특한 설계로 인해 미술관 안에 전시되고 있는 미술품들보다 건물 자체가 예술품으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인해 빌바오시를 찾는 관광객과 탐방객들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다. 그와 연관된 숱한 신화도 인구에 회자되곤 한다. 연간 30만명에 이르던 관광객들은 한해 150만명 수준으로 급상승했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고 건축하면서 들였던 투자비를 약 5년만에 회수하고 매년 엄청난 수익과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있다는 신화. 도시재생의 성공모델을 찾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본보기다. 


빌바오시 구겐하임 미술관과 그 앞에 설치된 루이스 부르즈아의 작품 <마망>


빌바오시를 관통하는 네르비온 강가에 설치된 쥬비주리 다리의 모습. 바스크어로 '하얀 다리'를 뜻한다.

건축물이 지역사회에 주는 영향력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이를 ‘구겐하임 효과’라고 부른다. 반면 재생을 통해 한 도시의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에 주목하는 이들은 ‘빌바오 효과’라고 쓴다. 어찌됐든 그 근저에는 재생사업이 도시를 바꾸어 세계적인 성공모델이 됐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도시 방문객 중 일부는 각국에서 낙후된 도시를 한방에 일으켜 세워보리라는 희망을 가진 단체장이나 관계자들이다. 미술관 하나 유치 잘하면 도시가 바뀌다 못해 극적인 성공모델이 되는 결과를 보았으니 제2의 빌바오를 꿈꾸는 희망의 단초를 찾기 위해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희망의 꿈은 구겐하임 미술관에 있다기보다는 도시계획과 이를 위한 거버넌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초 철강, 화학, 조선 산업과 무역으로 부유함을 자랑하던 이 도시는 1970년대 중공업의 위축으로 커다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가 붕괴되면 당연히 도시의 기능도 상실하고 쇠퇴의 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빌바오는 이후 실업률이 35%까지 올라가고 인구역시 45만명에서 35만명으로 줄었다.  1983년에는 유래 없는 대홍수가 도시를 덮쳐 도심은 2층 높이까지 완전히 침수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바스크 독립 운동 단체(ETA)의 테러와 산업발달로 인한 항구 오염, 홍수, 전염병, 도심의 교통 혼잡과 기반 시설 낙후 등 도시의 기능에 심각한 경종이 울린 상태였다. 

도시재생 이전의 1970년대 빌바오시 네르비온 강가의 모습. 출처=www.dosde.com
1970년대 빌바오 노동자들의 모습

어느 도시나 이같은 상황이 되면 도시 재생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빌바오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술관을 유치한 것이 아니라 1980년대 말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총체적인 계획수립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영국의 글래스고우(Glasgow)나 미국의 볼티모어(Baltimore)의 재생사업을 벤치마킹한 빌바오 시는 1986년에 이르러 도시기본계획(general urban organization plan)으로 아반도이바라(Abandoibarra) 지역 계획을 포함한 일곱 군데 지역 재생사업을 계획한다. 


이후 각급 정부가 모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공사인 Ria2000을 세운다. 또 지역의 대학, 금융, 철도, 전기, 빌바오 시청 등 빌바오의 모든 민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설립된 민관협력체인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을 세운다.


과정이야 복잡할 테지만 빌바오시의 변화는 미술관에 국한되지 않았다. 도심 강변의 항만시설들을 철거하여 모두 네르비온 강 하구 바닷가로 이전시켰다. 제철소가 있던 지역에 전차와 녹지와 도로를 건설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네르비온 강 수질 개선과 강 각종 산업용수, 생활용수 정화시설을 확충하였다.


이같은 도시의 변화를 추진하면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아반도이바라 계획의 핵심프로젝트로 추진했다. 미술관을 세우거나 건축물을 세우는 사실 이전에 도시의 전략을 어떻게 전환할 것이라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공업중심의 도시에서 문화중심의 도시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 하에 재생사업이 진행됐다.

빌바오시에서 운행중인 트램.
네르비온 강가의 수변공간.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의 가장 상징적인 재개발 사업인 아반도이바라 지역 개발 사업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에는 구겐하임 미술관뿐 아니라 콘서트홀과 도서관, 어린이 놀이터 건립으로 문화 기능을 도입했다. 또 네르비온 강변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정비해 수변 공간을 정비했다. 이 지역 중심부에는 대규모 공원녹지를 조성했다. 노면전차(tram) 시스템을 구축해 접근성을 강화시키고 보행 다리를 만드는 등 광범위한 정비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경제적 침제가 심각하고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의 비전과 전략을 공업에서 문화로 전환한다는 것은 당연히 반대에 부딪힐 일이다. 실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이지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97%에 이르던 주민들의 반대를 설득하며 이끌어가던 행정과 당시 시장의 노력이 놀라울 뿐이다.

구겐하임 미술관 옆에서 오토바이 동호회가 자유롭게 모임을 갖고 있다.
미술관옆의 어린이 놀이터. 주말을 맞아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놀고 있다
구겐하임과 네르비온 강이 내려다 보이는 빌바오시의 모습


<출처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211223&sc_code=1500859769&page=&to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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