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하면서 놀라는 일들은 공항의 규모도 아니고 친절함이나 편리함도 아니다. 이보다는 외국의 공항에 도착한 후 시내의 숙소나 목적지까지 들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이다. 일본을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어느덧 좋으나 미우나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은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을 다니면서 약간의 우쭐감이라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은 회화가 능숙하기보다는 곳곳에 쓰여있는 한자와 히라가나 혹은 카다가나에 이르기까지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인가 함께 동행한 아들에게 매 순간순간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은 아빠로서의 권위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어느덧 좋으나 미우나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은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오사카를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 삼아 여행해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관광지 오사카를 둘러보며 느끼는 기대감은 일종의 보너스와 같다.
'남들이 다 다니는 뻔한 곳으로 가 보리라'
저녁 무렵 우메다역을 헤매다 안내지에 나와있는 공중정원을 향했다. 역에서 10분 거리인 듯싶은데 내 생각으로는 그 건물 방향으로 향하는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은 전부 그 건물을 향해 가는 듯 모두 한 방향이다.
"설마 똑같은 건물을 향해 가기야 하겠어?"
조금 많은 사람들이 퇴근 후 지하철 정거장을 향해 모두 한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지하철 문화권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풍경. 그곳에 다른 지하철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우메다 공중정원 빌딩을 가는 중간은 커다란 공터가 있다. 조만간 굉장히 커다란 건물이나 단지가 들어올 수준의 넓은 공터를 사이에 두고 우메다 및 오사카 역과 공중정원은 한 10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역에서 10분 거리인 듯싶은데 내 생각으로는 그 건물 방향으로 향하는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은 전부 그 건물을 향해 가는 듯 모두 한 방향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섰을 때 나는 사실 조금은 어이없고 또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고 그랬다.
왜냐고? 내가 언급한 모든 사람의 목적지가 공중정원을 오르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니 기가 찰 일이다.
일본스러운 안내원들이 서서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줄을 서게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6줄로 서달라는 종이 팻말을 들고 사람들에게 줄을 설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 첫 줄은 한국말이다. 사람들의 대다수는 한국인으로 보인다. 몇%쯤 될까? 그래서인가 안내표시판은 한국어 말고 영어로 쓰여 있다.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30분은 족히 서서 기다린 느낌이다. 매사가 삐딱한 나로서도 줄을 설 수밖에 없지 않은가.
빌딩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오사카의 야경은 매우 멋지다. 다양한 빌딩의 불빛들이 모여 일본 제2의 도시를 이루고 있으니 화려함으로 가득할 밖에... 관광객 모드로 줄줄이 줄을 서가며 야경을 찍고 가족의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며 관광객 모드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견 속이 편하다는 생각이 남는다.
오사카의 지하철과 주요 관광지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일일 주유패스를 사서 다니다 보면 몇몇 관광지가 무료입장이다. 그중 하나는 오사카 성일 테고 또 다른 하나는 힙 파이브라는 대관람차를 타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대관람차는 한번 타면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암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자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방을 움직이며 볼 수 있는 공중정원 빌딩에 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주유패스를 이용한 공짜 입장이 사람들이 붐비는 주요 이유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나는 일본에 무엇을 위해 왔던가...
관광객 모드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는 생각이 남는다
오사카의 야경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내가 그 야경을 보면서 감동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것을 위해 오사카를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정 오사카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을 보니 치매와 유사한 상황이다. 1년여 전에 오사카에 와서 현장조사차 며칠이고 와있었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손쉬운 관광지를 찾아 나선 것은 어쩌면 피곤함의 결과일 것이다.
쉬러 왔으니 생각하지 말기로 했는데 너무 뻔한 관광지를 다니는 일은 조금은 멋쩍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몰리는 것을 보며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거나 진짜 외국에 와서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지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입장을 전한다. 남들이 보면 잘난척한다고 비난할 테지만 암튼 도시의 속내를 찾아보는 일들이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손쉬운 관광지를 찾아 나선 것은 어쩌면 피곤함의 결과일 것이다
야경이 도시 혹은 관광의 메인 프레임이 되는 것이 너무 이상하기조차 하다. 근데 오사카의 무엇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