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아들 만나러 가는 길1

3달만에 만나는 청소년에 대한 생각

by 너구리

갑자기 5월6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애초에 4월말에 학교에 행사를 하기로 계획된 것이 한주일 연기되면서 엉크러진 스케쥴이 다시한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변화가 생겼다.


지난 2월 21일 고등학교 입학 나이의 아이를 기존에 다니던 성미산학교에서 내일학교라는 봉화의 구석진 대안학교로 옮기면서 모든 일은 시작됐다. 학교 이름은 '내일대안학교'.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10여명밖에 안되는 작은 학교다.


학교가 개학하기전 열흘정도의 적응기간을 거쳐 그 학교를 다닐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하고는 아이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었다.


그로부터 약3달이 지났다. 제대로 적응이나 할지 걱정이 앞서 아이를 숲속에 버리고 온 헨델과 그레텔의 부모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역으로 내가 아이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순간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아이를 보러가는 시간이 다가올 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이리라. 고등학교 나이면 아이의 머리속에서 부모의 존재는 자그마한 호롱불정도의 위상이겠지만 마음속에 부모가 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안과 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찾아 가기로 한 날을 하루 앞당겨 6일 저녁에 도착하기로 했다.

첩첩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는 길 학교에 거의 다다른 모습. 뒷편의 산을 넘으면 울진쯤 될텐데 공교롭게도 이 길은 산속 깊은 마을을 끝으로 끊어져 있다.
20160507_081153.jpg 학교 교사와 교정의 모습
학교 뒷편의 후원. 창고와 전시장, 식당등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아늑함을 잘 받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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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7_080805.jpg 학교 교정의 맞은편에 있는 학생들의 기숙사. 현재는 남학생들이 있고 여학생들은 다른 곳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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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도착은 공교롭게도 저녁 8시가 넘어서야 가능했다. 학교에 도착했을때 학교관계자들은 아무도 없이 각자의 일에 여념이 없었다. 학교 전체가 자신들의 일에 정신들이 없어 누군가 왔다고 해서 의전을 하거나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아들에게 도착했음을 알리자 아이가 나온다. 아직도 함께 모이는 공동공간(플레이스C)에서 무언가 작업중이다.


엄마와의 반가운 포옹과 나와는 남자들끼리의 덤덤한 악수와 포옹을 마치고 다시 플레이스C로 들어간다. 뒤따라 들어가서 교감선생님을 만났다. 잠깐의 인사를 마치고는 차로 5분거리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오늘 엄마 아빠랑 같이 잘래?"

"오늘은 안돼. 내일 아침 식사당번이라 일찍 일어나야해. 대신 내일 같이 잘께"

아들의 목소리가 차분하다. 우리를 무덤덤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차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묘한 분위기와 기분이 느껴진다.


아내와 숙소에 도착해보니 역시 이곳에도 사람이 없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숙소라 사무실은 불이 꺼져있고 아무도 없다. 난감하다. 카달로그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을 하고 한참을 기다리자 학교 선생님 한분과 숙소인 '힐링하우스'의 사무장님이 오신다.


어찌됐든 이틀을 묵을 장소만 있으면 된다. 여장을 풀고나니 조금은 허탈해지면서 피곤이 밀려온다. 족히 10시간은 운전한 듯 싶다. 아침 9시에 나와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9시30분이다. 중간에 먹는 시간, 내려서 이야기 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엇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오전에 인천에 들러 아버지를 태우고 예산의 공원묘지에 갔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여서 좋았지만 그 덕에 어린이날 움직여야 할 지방행 여행객들이 하루 연장해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끼기 위해...


암튼 예산을 거쳐 온양을 찍고 다시 봉화를 지나 이곳 목적지까지 다달으니 해가 넘어가고 하루가 가버렸다.

20160507_131012.jpg 손바닥 정원 프로젝트 작업을 하고 있는 아들(파란잠바)와 맞은편에서 이를 도와주고 있는 애엄마(우측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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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매일 아침 굿모닝타임이라는 아침열기를 한다. 그날의 행사를 공유하고 서로간의 일정을 체크하면서 자신들의 일과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날의 명언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찌보면 학교 교육에 기숙사까지 있으니 공동생활을 함께 하기위한 최소한의 필요장치이기도 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아침식사를 위해 부엌에 가보았다. 어제 이야기대로 아들 녀석이 열심히 조리중이다. 호박을 볶고 있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새롭다. 얼른 아내가 사진을 찍는다. 이전 학교의 학생들이나 선생들이 보면 배신감을 느낄 거라는 짐작을 하며 서로 웃는다.


지난 '내일문화의 날 행사'에서 아들 녀석이 단체로 약간의 댄스를 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고 성미산학교의 동년배들이 소리를 지르고 배신자라고 소리쳤다던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그토록 모든 행사를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녀석이 단체로 춤을 추는 모습에서 친구들로서는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의 과정에 아들 역시 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다행이라 느껴진다.


오전에는 학교생활의 단순한 참관이 아닌 노동력을 보태는 측면에서 부모들의 참여는 학교측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시간들이다. 잠깐의 시간동안 아이와 함께 일명 '손바닥정원' 만드는 일과 학교 주변의 잡초 뽑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


이런 저런 저녁행사를 마치고 아이와 저녁을 먹고 또 다른 행사를 마친후 숙소에 도착하니 11시30분. 긴 하루다. 뭐라 말할 수 없는 피곤함이 계속 밀려드는데 시간이 별로 없다.


녀석이 보여주는 모습은 오늘도 조분조분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전에는 무언가를 물어보면 버럭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부터 시작했다면 이제는 상대편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무리없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얼마나 큰 발전이란 말인가.


"이제 사춘기 다 지났거든"


녀석도 자신의 지난 모습이 언급되는게 싫었던지 툭하니 이런 대사를 던진다. 지나긴 지난게 맞을까. 그랬다면 너무나 다행이다.


다음날 아침 학생들이 자신들이 기획하고 가꾼 정원에 대한 발표회가 이루어졌다. 아들의 정원 컨셉은 '자급자족정원'이다. 정원의 역할과 실용적인 야채를 심는 기능을 섞어보고자 한다는 의도다.


다른 아이들이 정원이라는 개념에 충실한 반면 아들은 밭이라는 개념을 집어 넣었다. 무언가 언발란스하다. 다른 아이들의 컨셉과 비교하며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학교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결과를 보는 느낌이다.


실용적인 자급자족의 개념과 솟대를 통해 마음을 전하기를 바란다는 설명을 한다. 그 마음이야 어떻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나쁘지 않다. 옆에서는 안동MBC의 다큐촬영이 한창이다. 7월말까지 촬영한다고 하니 오래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학교학생들과 한식구처럼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하며 지낸다. 오히려 내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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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신의 정원에 땅콩과 스테비아 대추토마토 등을 심었다. 대추토마토의 지지대를 세우고 그 끝자리를 솟대모양으로 처리했다. 다른 아이들이 다소 형이상학적인 정원의 개념에 집중한 반면 아이는 실용성에 집중했다. 누군가와 식사도중 기존의 대안학교적인 발상이 그대로 뭇어남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대안학교의 특색을 아이가 온전히 가지고 있고 나 역시 그 바운더리에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조금은 벗어나고봐야 겠다. 스스로 알지못하는 사이에 생각을 가둔것인니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생활을 통해 그동안의 변화를 느끼는 과정을 보면서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벗어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 세상은 의외의 상황과 방향을 만들어 간다. 그것에 내가 옳다는 고집만이 어느덧 훌쩍 나만 남겨두고 저 멀리 가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변화는 언제나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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