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동티모르에서는 natal이라고 부른다. 실은 포르투갈어다.
이 크리스마스에 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마을마다 기념물을 만드는 작업이다.
동네 청년들이 마을 곳곳에 있는 공터에다가 무언가를 만드는 걸 수차례 봤는데 이제 보니 아기 예수의 탄생을 재현한 각양각색의 기념물들이었다. 어떤 곳은 그림을 그려놓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구유에 뉘인 예수의 모형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기념물보다도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예수가 살았다는 나사렛 마을을 재현해놓은 모형이었다.
그야말로 예술혼을 불태웠다. 평소에는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동티모르 청년들도 모두 여기에 달려들어 아기 예수의 생일을 기념한다. (그리고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취해 술을 진탕 마시고는 지나가던 외국인 옆통수를 때린다..)
크리스마스를 옆통수 가격과 함께 즐겁게 보낸 후 로스팔로스 인근에 있는 자코 섬에 놀러갔다. TV 프로그램 <정글에 법칙> 촬영을 했다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정글의 법칙> 볼 일이 없다. 사실 자코 섬 자체는 무인도다. 숙박시설은 섬 맞은 편 해변에 있다. 1인당 10불을 주면 자코 섬으로 넘어갈 수 있다. 참고로 자코 섬에는 정말 섬 밖에 없다.
아주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자코 섬을 건너 갔다 왔는데, 배가 무척 작아서 파도가 많이 칠 때는 위험할 듯했다. 당연히 구명조끼 같은 건 없다. 자코 섬에 갈 때는 구명조끼를 준비해가는 것도 좋을 듯.
아무튼 이렇게 별 일 없이, 혹은 별 일 많게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여전히 잘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