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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 Mar 07. 2020

2020년 1월의 책읽기

2020년부터 매월 나의 책읽기를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월의 독서 결산을 뒤늦게 적어본다.


1.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새로운 무의식: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까치

2.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3. 정영목,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문학동네

4. 『시공디스커버리총서』 조르주 장, <문자의 역사>, 시공사

5. 에카르트 데게, <독일 지리학자가 담은 한국의 도시화와 풍경>, 푸른길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은 이전에 읽었던 과학책에 관한 책에서 보고 메모해두었던 책이다. 대학 때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처음 접하면서, 프로이트의 이론이 나를 구원하리라 믿었던 적이 있다. 정말로 무의식이란 깊고 검은 무언가가 나를 '무의식'적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믿었고, 그 기제를 알아냄으로써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물론 이 <새로운 무의식>이라는 책은 그 제목에서 함의하듯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아닌 다른 무의식을 이야기한다  내 생각은 내 뇌의 생각과 다르다. 나의 생각을 의식이라고 칭한다면 뇌의 생각을 무의식이라 불러도 좋겠다. 뇌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일이 새로운 무의식을 탐구하는 뇌과학의 목적이다. 결국 나는 이 책을 통해 프로이트를 완전히 벗어내었다.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프로이트에 대해 '아버지 살해'를 한 셈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과학소설에 입문하려고 몇 년째 애쓰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요즘 인터넷 상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라 읽게 되었다. 애쓴다는 말은 아직 입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과 다름없다. 사실 이 단편집을 읽으며 가장 노력했던 점은 과학소설에서 한국인 이름을 나올 때마다 어색해 하지 않으려 한 일이다. 과학소설의 열렬한 팬이 아니고 심지어 한국소설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한국어 이름이 마치 외국어 소설에서와 같은 맥락에서 불릴 때 나는 어색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실제로 한국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순전히 내 읽기의 문제라고 본다. 더군다가 한국 과학소설은 이제 막 성장하는 중이다. 그러니 아무리 소설 속에서라도 우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과학자의 모습은 아직은 낯설다. 더 찾아 읽어야 할 일이다.


번역가가 자신이 번역한 작가에 관한 글을 모아 책을 냈다. 그에게는 그 어떤 평론가보다도 이러한 책을 쓸 자격이 있다.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이라는 제목도 무척 인상적이다.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은 사실 번역이고, 이는 곧 이 제목을 지닌 책을 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마치 신원을 보증하고 비자를 발급 받는 일을 도와주는 일과 같다. 그리하여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입국시킨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주제 사라마구와 윌리엄 트레버를 발견했다. 주제 사라마구에 '발견'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조금 적절치 못할지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윌리엄 트레버도 '발견'될 따위의 작가가 아니라고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잘 몰랐던 작가니 발견이다. 덕분에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열렬히 읽고 있고, 곧 윌리엄 트레버도 찾아 읽을 작정이다. 책 읽는 책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책에서 책을 건너가며 지구 반대편에라도 다다를 수 있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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