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쓰는 일기 6)

덕후들

by Juhjuh

다음 주에 있을 성탄절 준비로 교회에 갔고, 찬송가가 아름답고 그 위에 연주할 수 있는 바이올린 소리에 행복했다. 찬송가. 성탄곡은 하늘에서 온 것 같이 아름답고 순수한 화성으로 가득 차 있다. 하늘에서 온 예수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하는 젊은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들로 인해 하나님은 얼마나 더 기뻐하실까 생각해봤다.


오랜만에 꽉 채운 토요일은 기다리지 않았던 행복이었다. 오전에 라호셸로 이사한 M과 오랜만에 통화를 나눴고, 그녀도 나도 이상하리만큼 비올라가 필수가 된 거 같은 상황에 비올라 이야기를 멈추지 못했다. 좋은 사람을 만난 지 한 달 정도 된 것도, 연주에 대한 갈급함도. 대화하며 서로 위로하고 응원했다.


G과 M을 초대했다. 내가 좋아라 하는 한국 친구들. G가 선물과 케이크를, M이 와인과 사과주스, 초콜릿을 가져왔다. 나는 샐러드와 가지 버섯 브로콜리 리소토를 했는데, 다행히 코코넛 소스를 넣은 밥이 맛있었지 다른 건 좀 아숴웠다. 다음 주면 아이를 낳는 G는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새로운 용어들을 배우고 있다고 했고, M은 다음 병원 약속이 2월이라 했다. 아이를 갖는 일… 참으로 멀게 느껴지는구나. 와인잔을 엎지르는 소동이 있었지만 그들은 차분히 해결. 가르치고 일을 하기 위해 얻어내야 하는 디플롬. 그것을 하기까지 견뎌야 했던 수많은 서류들. 전날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울었다는 이야기에.. 상황을 견뎌낸 언니가 측은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저녁엔 A에게 비올라를 빌리러 그의 동네에 갔다. 날이 제법 추워져 걷던 15분 동안 손에 든 쿠키 봉지가 찢어질 것 같았는지 내 손이 찢어질 것 같았는지 구분이 안되었다. 처음으로 그의 집, 그와 긴 대화. 맑게 우려진 녹차와 쿠키를 두고 다수의 그룹을 팬으로 보유하고 있는 그의 음악 성향과, 온 액자와 컵이 중세부터 17세기로 꾸며진 모습이 진정 melomane (음악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항상 자신을 엔지니어로 소개하던 사람인데 이제는 바이올린을 자신의 메인 세계로 끌어들이길 꿈꾼다고 했다. 덕후의 모습은, 지금은 비록 두려워하고 남의 평판에 귀를 더 쫑긋 세우지만, 멀지 않은 때에 안정적이고 좋은 음악가로 자라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지나고 보니 음악인들과만 교류한 하루다. 음악이 우릴 만나게 했고, 음악에 목말라하고, 음악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그 모습이 소중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그래도 덕후들은 덕질을 할 때 가장 행복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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