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야
아이들이 자랐다. 내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부터 인지했을까. 처음부터 일까. 아님 어른들에게 들어서일까. 아님 내 억양 때문일까.
아이들은 대부분 인종에 대한 구별이 더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과 친해지기 더 수월하고 편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몇 아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나와 2년동안 알아온 J가 물었다. ”중국인이니?“ “아니 한국인이야” 라고 하자 멍한 표정으로 “한국이 뭐야?” 라고 한다.
길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을때면 그저 신경이 곤두서 ‘아니다‘라고 대답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그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지함이 낳은 인종의 단일화.. 어른이 되어서도 니하오를 외치는 어른은 어른이이다.
무지함에서 온 다른 한가지 사건은 바로 이어지는데.. 내게 중국인이냐 물었던 J가 자기가 썼다며 필기체와 정자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마침 옆에있던 담임선생님인 T가 내게 하는 말이 “한국에서도 이렇게 필기체 쓰니?” 하고 말이다. ’아…’ 하고 잠시 탄식하고 우리는 한국어를 사용한다 라고 말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지난 몇년간 파리에는 한국 레스토랑도 급속도로 많아졌고 한국인임을 밝히고 나면 대화할 거리가 꽤 많았는데도, 여전히 모두가 알지는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알파벳만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걸까..
J가 내게 한국이 뭐냐고 물어서 담임인 T에게 지구본으로 알려주라 말하고 싶었는데, 그의 한알못 발언에 마음이 잘 접혔다. 이것은 내 몫이다. 한국을 알리려는 마음이 아닌, 내 존재에 대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