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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Jul 13. 2024

비슷한 행복, 제각각의 불행

∎1일차(1장~4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13)


오블론스키의 집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전에 자기 집의 가정교사로 있던 프랑스 여자와 바람이 난 것을 알아차리고, 남편에게 더 이상 한집에서 살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이 벌써 사흘째 이어지자, 당사자인 부부뿐 아니라 다른 가족과 하인들까지 못 견디게 괴로웠다. 가족과 하인들은 모두 오블론스키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심지어 여인숙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도 오블론스키 가의 부부, 가족, 하인들보다는 사이가 더 좋을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아내는 자기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고, 남편은 사흘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부모 잃은 고아처럼 온 집 안을 뛰어다녔다. 가정교사인 영국 여자는 가정부와 다투더니 친구에게 새 일자리를 구해 달라는 편지를 썼다. 요리사는 어제, 그것도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집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와 마부는 급료를 계산해 달라고 성화였다.


다리야 알렉사드로브나는 얇은 상의를 걸치고 숱이 줄어든 머리칼을 땋아 핀으로 목덜미에 고정시킨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그녀의 머리카락도 풍성하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겁에 질린 듯한 커다란 눈동자는 바짝 여윈 얼굴 탓에 툭 불거져 보였다. 그녀는 그런 모습으로 방 안 가득 흐트러진 물건들 틈에서 무언가를 꺼내느라 활짝 열어젖힌 속옷장 앞에 서 있었다. 남편의 발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문을 가만히 응시하며 딱딱하고 멸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려 부질없이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싫었고 눈앞에 닥친 남편과의 만남을 피하고 싶었다.(33)     



<단상>

상황과 인물들의 성격, 심리를 표현하는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대화와는 다르게 내면의 목소리나 욕망과 현실적인 필요는 꾀하는 인물들의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문장이 눈에 띈다.

가정교사와 부정을 저지르고도 행위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문제의 편지를 아내한테 들켰을 때 멍청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편 스테판, 바람난 남편이 역겹고, 더럽고, 낯설다고 악의에 찬 목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다섯 아이를 키우는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아내 돌리. 심지어는 예전보다 더 깊이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지 끔찍한 생각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 사이에서 하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문제해결에 적절한 역할을 하며 화해의 물꼬를 트며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인물의 섬세한 내면 읽기가 재미있는 첫날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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