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by 다섯손가락

친구 부부와 동승하여 가던 중, 턱을 넘으면서 덜컹했다. 차는 격하게 출렁였고 운전하던 친구는 뒷자리 아내를 향해 말했다.


"괜찮아?"


옆자리에 앉았던 그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런 상황이면 평소에


"왜 그래!!"


라며 놀라는 아내에개 면박을 주었던 그다.


친구 부부가 워낙 부부애가 좋기로 소문나긴 했으나 그 짧은 순간에 들은 친구의 '괜찮아'는 자기의 '왜 그래'를 너무 부끄럽고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정신과의사 문요한 작가가 쓴 <관계의 언어>에 나오는 한 꼭지다. 신혼초 서로 상대방의 세계를 이해, 수용하지 못하고 기싸움을 하던 시절의 추억담이다. 하물며 정신과 의사이면서도 아내와 대화에 있어서는 오히려 친구한테서 배우고 깊이 깨달았다는 사연이다.



우리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아직도 옆지기는 '왜 그래'로 일축한다. 상대의 감정이나 상태, 인식을 완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대화 방식이다. '그까짓 충격에 왜 그렇게 놀라고 호들갑이야!!'라는 식이다.



요즘은 문요한 작가한테서 배운 '괜찮아'를 수시로 처방한다. 두 어휘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는지라 해석과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제서야 '그런 차이가 있는 말이었어?!'라고 도가 통하는 소리를 터뜨리며 민망함을 뭉갠다. 이렇게 시작한 우리집 대화법 개선책이다.



청룡의 해.

어쩐지 올해는 최근 익힌 한 단어 덕분에 '값진해'로 푸르게 빛날 징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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