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베
1.기상 7시 5분.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잠들고
한 시간 빨리 일어났다.
수면 시간을 한 시간이나 늘린 셈이다.
그래도 이른 기상은 오전을 힘들게 한다.
새벽기도를 가거나 명상수련을 하는 분들이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게 들릴 줄 모르겠으나
나. 에. 겐. 그렇다.
육아와 바깥일로 고생했던 저간의 세월을
요즘이라도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다.
나를 시간 자유로라도 챙기면
그나마 덜 억울할 것 같다.
게으름을 포장하려는 핑계일지언정 그렇다.
----8점
2.발뒤꿈치 들기 100회 달성
포트에 온수를 데우면서 기다리는 시간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동작이다.
두 행위 사이에 거의 동일한 시간이 소요된다.
환상적인 루틴 궁합이다.
덕분에 내 종아리는 실한 수탉처럼 튼튼해진다.
----20점
3.생존 산책 만 보 완수
아침과 낮 시간을 자유롭게 누린 탓에
저녁에 몰아서 만 보를 채웠다.
뭐든 미루면 이런 꼴이 된다.
맛난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고충 따위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당장 눈앞에 전개되는 편의와 달콤한 시간이 더 감미롭다.
강원국 작가는 원고를 쓰기 전에
카페와 커피, 안경 닦기가 루틴이라고 했다.
나는 아마도 만 보 걷기와 세수하기가 글쓰기로 이끄는
필수코스가 될 듯하다.
하루키나 칸트도 그랬다.
하루키옹은 마라톤으로,
철학자 칸트는 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에 산책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글감을 골랐으리라.
나도 산책으로 글줄기를 잡는 편이다.
만 보 걷기는 그래서 뺄 수 없다.
----20점
4.읽기 <호호호> 34쪽
씩씩하고 긍정적인 윤가은 작가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늘 그랬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약한 모습,
구김살이 있는 표정,
슬프거나 우울한 낯빛을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낮에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언제나, 늘, 항상
씩씩하고 담대하고 의욕이 강했다.
‘호호호’는 그래서 좋다.
호불호를 가리지 않고
모두 호호호, 좋다니.
기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윤 감독 삶의 방식에 물들고 싶었다.
그런 가운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창출됨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적어도 어렴풋이 느끼거나 확신하는 사이에서
오가며 산다.
나는 그 축을 강한 긍정, 호호호로 옮기려 한다.
----5점
5.초고쓰기
분위기 조성만 하고 있다.
미리 써 놓은 몇 편을 다시 읽으며 맥을 잡으려 한다.
오늘은 ‘엄마의 예언’으로 짧게 끄적거렸지만
대화체가 절반이라 꼭지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강원국 작가가 두 번째 책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목차 없이 원고를 썼다가
적당한 순서에 끼워 넣는 방법을 시도해 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 성격으로는 맞지 않다.
그래도 일단 끄적거린다.
박완서, 박경리 작가는 여성 가장이었다.
김애란, 김달님, 정지아는 외동딸이다.
공지영은 박완서, 박경리와 더불어 스스로 남자 복이 없는 여자라 하였다.
정리움 시인은 시를 쓰게 된 이유를,
‘어머니 임종을 겪고 나서 병원에 다녀야만 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생겼고
대한민국 여자로 살아가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썼다’고 했다.
엄마 잃은 상실감과 트라우마까지.
나는 이 모두를 장착했다.
단지, 공지영과는 사뭇 다르다.
살다 보면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가슴이 갑갑하고 목구멍 가득 차오르는 게 있다.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나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약자들.
사랑이 고파 몰려드는 허기진 생명들.
늙고,
아프고,
외롭고,
소외되고,
상처 받고,
뾰족하고 메마른 마음들이
자석에 끌리듯 나에게 몰려든다.
더 이상 멀쩡하게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엄마 기억을 기록하는 일도
어쩌면
깊은 우물 물처럼
찰랑찰랑 엄마 사랑을
끌어올리려는 게 아닐까 싶다.
생존 사랑.
써야겠다.
살아야겠다.
5점.
-----루틴 행복지수 5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