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기록19.

by 다섯손가락


오랜만에 여섯이 줌으로 만났다. 절반이 빠진 상황이지만 우린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맨이다. 오늘 참가한 다섯은 우리 팀 에이스만 모였다. 하하하. 그러니 자긍심을 갖고 두 시간을 즐기자는 말은 안 했지만 들리지 않는 암묵적 시선이 보였다. 이런 저런 근황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화제가 흘렀다.


회원이 많아서 읽어야 할 글이 많으면 읽어내기가 힘들더라는 둥, 반갑지가 않고 바쁠 때는 건성으로 읽기도 버겁더라는 얘기, 긴 글은 질리더라는 내용. 그렇지만 할 말은 하고 마는 입바른 만남이다. 읽어주지 않고 댓글 없이 혼자 쓸 때는 교감하지 않는 것 같아서 쓰기도 힘들더라는 데까지 말하자, 답글이 없더라도 읽으면 감동적인 글도 있더라는 대꾸도 나왔다. 반대로 무성의한 글은 질리는 반면, 독자를 고려하는 글은 감동을 받아 다시 살피며 재해석하게 되더라는 진솔한 얘기였다. 긴 글과 무성의한 글에 대한 성토는 여기까지 하고 일차전은 마무리 되었다.


글쓰기란 나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A는 ‘자기 정리를 하는 일’이라 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 마음이나 생각을 풀어내면 자기 안에서 정리가 되더라는 경험이다. 매일 쓰기를 실천하니 감정 정리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을 많이 드러내더라는 솔직한 답변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쓰고 싶은 얘기를 어디까지 써서 공개해야 할지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고 했다.


이 말을 받아 B는 한술 더 떴다. 예전에는 열심히 썼다. 매일 써야 할 글이 많다 보니 요즘은 뭘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근황이다. 그냥 아침 풍경이나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받아적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쓰기에 대한 부담감은 사라졌다는 긍정 신호도 있다 했다. 초기에는 징징거리며 감정을 호소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감정 기복이 심한 날은 자기 마음이 훤히 드러나 보이더라는 수행자다운 경험이다.


글을 계속 쓰면서 내가 보이고 나를 알게 되더라는 C의 깨달음도 있었다. 평소에 생각하던 자아상과는 다르거나 정반대 모습도 발견하며 나라는 존재는 고정불변하는 사람이 아니고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며 수시로 환경에 따라, 마음에 따라 변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D는 다른 사람들은 자기글을 문학적인 글이라 칭찬하지만, 본인은 감정 찌꺼기 같은 내용을 많이 배출한단다. 다른 사람 글을 읽으면 교훈적이거나 지식이나 정보를 얘기하더라며. 나도 의미 있는 글을 써야 하나 싶은 고민이 생긴다는 경험이다. 본인도 초기에는 마무리를 교훈으로 매듭지었지만 요즘은 자유롭게 쓴단다. 주장하기도 하고, 사실로 마무리하기도 하고, 여운을 남기며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글이 길면 질린다는 얘기는 계속 나왔다. 그러다가 E는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다가 ‘나만 아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아는 얘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쓰기를 주저하게 되더라는 난감했던 순간도 공유했다. 어떨 때는 너무 솔직하게 개인사를 늘어놓을 때면 일기가 아닌가 싶어 뜨끔 한다는 소감. 그러다가 몸을 사리면서 너무 가식적이게 되고, 어떻게 보여질까를 염려하며 솔직해지지 못할 때가 있더라는 얘기였다.


F는 글쓰기는 하루를 정리하고 성찰, 기록하면서 제2의 인생,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다시 사는 인생. 그러면서 자기 언어로 세운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 세상은 다른 이의 시각과 달라서 좋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생긴다 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나누어도 모두 “내 말이!!”라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같은 고민, 비슷한 경험을 나누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동인이다. 그래서 ‘우리’라고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써야겠다,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