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엔 봄비가 속살거려

by 다섯손가락

남녘엔 봄비가 속살거려

기상 여덟 시 삼십 오 분.

그러면 기상 미션은 실패인가?

간밤에 세 시에 잠자리에 들었다면 해명이 될까.

아침 아홉 시 기록을 안착시키려면

취침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세 시, 두 시, 한 시...

최소한 열두 시 반에라도 잠들면

아침 루틴을 부담 없이 정착시킬 수 있다.

그래. 오늘 잠은 오늘 잔다.


물 두 컵은 이미 제자리를 잘 잡았다.

거뜬히 음양탕으로 두 컵.

성공.


아마도 기록 미션이 없었더라면

오전, 오후를 모두 넘기고

저녁 시간에 공원 한 바퀴를 돌았을 것이다.

함께 걷는 동지들이 있으니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밤새도록 쪼록쪼록 내린 봄비 덕분에 길바닥이 촉촉하다.

공원 흙길에는 물웅덩이가 간간이 그려졌고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물 마찰 소리를 희미해질 때까지 길게 끌고 달린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아침 눈을 더 맑게 씻는다.

뿌리가 드러난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요염하게 두 다리를 포개고

길가 나무 푯말은 2월 토박이말을 새겼다.



눈석임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짐"




북녘엔 눈석임이 제철일테고

남녘엔 봄비가 속살거리는 요즘이다.

백두대간 우듬지 산허리에 어제 뿌린 시금치 씨앗은

포근한 흙 이불을 덮고 단비를 한껏 머금었을 게다.


꽃 동백은 해걸이를 하는지

꽃송이가 작년 절반이다.

잎사귀보다 꽃이 더 많아

온통 붉게 치장했던 지난해 이맘때.

아쉬운 마음 달래며

올해는 대신 글꽃으로 만개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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