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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Apr 04. 2024

작가와 만남1.

초식마녀와 예하

오늘 초청 작가는 ‘초식 마녀’와 ‘예하’다. 둘은 닮은 부분이 있다.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에 내려와 지낸다. 초식 마녀는 초, 중학교는 이 지역에서 졸업했고, 예하는 생후 1개월에 할머니 품에 안겨 이곳으로 왔다. 방학 때 지낸 것처럼 학교를 졸업하고는 할머니 계신 이곳을 찾아들었다. 어릴 적 먹었던 그 음식이 그리워 할머니 요리를 배우고 익힌다. 


책도 만들었다.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다. 초식마녀는 <내일을 바꾸는 밥상>을. ‘요리학교’는 두껍고 큰 반면, ‘밥상’은 작은 손가방에 쏘옥 들어갈 정도다. 휘리릭 읽은 ‘요리학교’는 어르신 전통 요리 솜씨와 손녀 오색 감각 살아나는 상차림이 조화롭다. 엄마밥이 그리울 때면 자주 열어볼 것 같다. ‘밥상’은 만화 형식으로 비건 음식을 소개한다. 물론 작가가 모두 그리고 썼다. 


두 작가는 환경 전문가가 아니지만 오늘은 환경이라는 주제로 음식 이야기를 진행했다. 당연 둘 다 채식 생활을 지향한다. 


<아무튼, 비건>의 첫 문장. “당신도 연결되었나요?”로 시작했다. 찾아 보았다. 


‘참으로 사람다운 삶은

그냥 존재함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이 아니다. 

사람답게 사는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7쪽)’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 무서운 타자화. 나와 남, 우리와 남을 가르는 행위. 동물화가 대표적이다. 같은 생명체임에도 무시와 배제의 영역으로 내친다. 돌이킴없이. 여기서 말한 ‘연결’은 다른 존재도 생각하고 나와 타자를 구분짓지 않음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필수적인 삶의 감각. 그러니 상호 존중이다. 강아지, 돼지, 동물, 식물, 자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엄마, 가족. 모두 연결된 감각. 


작가 토크는 자연히 비건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소비자 운동이다. 육고기 생산과 가공은 탄소 배출이 높고 잔인하고 잔혹함, 산림 훼손, 발암... 등으로 첨언했다. ‘환경’이라는 이번 주제에 맞게 다양한 그래프와 통계자료로 증빙해 보인다. 요즘 들어 육식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달라지는 중이라 거부감 없이 아니, 솔깃하게 들었다. 


두 작가의 책 소개와 환경 관련 영상과 영화, 다큐를 소개했다. 



간단한 비건 음식과 요리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이어졌다. 골담초 주먹밥, 아카시아와 두릅, 고구마 튀김, 호박꽃잎밥, 배추밥, 오이된장 소스 국수, 쑥 칼국수, 시금치전... 예하 작가가 할머니랑 장보는 장면과 채소 이름 익히는 사진 등 추억담도 흥미로웠다. 개인의 경험과 서사는 늘 듣는 이를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보편적인가 하면 개인이 갖는 차별성이 있고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귀하게 읽힌다. 그리고 귀담아 듣는다. 오늘 대화는 씨앗 나눔이라 의미했다. 그 환경 씨앗, 채식 씨앗을 받아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키우기 바란다는 당부로 이야기 매듭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청중 질의다. 각자 소개하고 싶은 단 하나의 음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토마토 비빔밥과 고사리전이 올랐다. 나는 경력 이십 년이 넘는 주부다. 제철이 아닌 토마토는 여름으로 미루고 뜨거운 물에 담가 두었던 고사리를 활용했다. 고사리나물과 고사리전. 고기를 씹는 질긴 식감과 비슷하지만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다. 고사리 특유의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야산에서 직접 채취한 고사리란 점. 새 봄이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공부든, 운동이든, 요리든. 몸으로 하는 활동은 직접 해야만 실력이 는다. 이젠 배우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며 개선하는 쪽이다. 오늘도 사소한 일이지만 기록하며 하루를 기억하려 한다. 총칼 든 전쟁터는 아니나 나름 생존으로 부대끼는 전장 속 요리다. 비건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일명 난중일기라 이름한다. 생존일긴가? 기록하며 생존 해법을 모색하므로... ‘난중’에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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