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몬초와 하버드

by 다섯손가락

우리는 헤어질 때 서로의 꽃을 나누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희귀한 화초를 들고 왔다.


"어머나, 이건 이름이 뭐예요?"

"로즈제라늄. 이라데?! "


자기도 잘 모르는 그 이름을 지인이 알려줬다 말하며 까다롭지 않아 키우기 쉬울 거라 했다. 삼 층 옥상에 정원을 꾸몄는데 한 칸 마련해줬더니 세력 확장을 하며 한창 번성하고 있다 했다. 타샤의 정원을 꿈꾸며 한쪽으론 꽃 모종을 심고, 한 켠으로는 채소 씨앗을 뿌렸단다. 이른 봄에는 대파와 정구지 모종을 옮기고 여름이 오기 전에는 가지와 토마토가 자랄 공간도 널찍하게 마련했다며 신이 난 계절이었다.


내가 준비한 선물도 화분이다. 그 무렵 아파트 앞 베란다를 밀림으로 만들었던 알로에 몇 포기와 연보라 사랑초와 일명 돈나무라고도 하는 염좌였다. 화분에 심거나 봉지에 담아서 건넸다. 딸 시집 보내는 마음으로 그녀의 차에 실었다. 옥상 정원에 바로 심을 거라 괜찮다 했다. 그날로 벌써 다섯 해가 지났다. 잘 자라고 있을까. 타샤의 옥상 정원에서 자기 땅을 차지하고 세력도 넓히고 있을까.


그녀가 건넨 로즈제라늄은 이름대로 장미처럼 고운 분홍꽃이 피었다. 장미가 정열이라면 이 녀석은 수줍음이 많은 산골 장미다. 그녀는 푸른 하늘을 닮은 파란 바구니에 담아 주었다. 같은 통에 아이비도 꽂아서 말이다. 그 무렵 우리의 공통 화제는 '하버드대학 백오십 년 전통의 글쓰기 수업'이었다. 아이비를 받으며,


"아들, 딸은 아니다라도 손자는 아이비리그로~~!!"


를 외쳤다. 그녀도 손자는 꼭 하버드 글쓰기 수업을 받게 하자며 맞장구를 쳤다. 우리의 소망을 식물도 들었을까. 푸른 바닷물이 찰랑이는 듯한 바구니 안에서 로즈와 아이비는 너무나 잘 자란다. 아이비 넝쿨은 아파트 천장까지 뻗어 오르고 위로만 올라가는 게 모자라 슬금슬금 바닥도 동서남북으로 기어가고 있다. 그러니 손자들은 하버드에서 글쓰기를 배우리라. 150년 전통의 교수법을 만끽하리라.


이 밤이 새고 나면 그녀를 만난다. 시집 간 사랑초는 연보라빛을 피웠는지, 알로에는 숲을 이루었는지, 염좌는 조랑조랑 잎을 달았는지 그간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그리고 로즈와 아이비를 자랑할 거다. 제라늄답게 향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