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지 십 년이나 흘렀나 보다. 세월은 그렇게 빠르다. 그 사이 어떤이에게는 강산이 열두 번도 더 바뀌었다. 엄마의 이별과 이후 사 년, 아이들 대학 진학과 임용, 남편 퇴직, 일터 간소화, 갱년기, 친구들... 열두 장 이상의 사진들이 슬라이드로 스르륵 스르륵 넘어간다. 묵직한 시간을 업고 앉은 앞자리엔 엊그제 본 듯이 웃는 청년이다. 언제일까. 어디서일까. 흔한 일이라 대충 지난 달로 어림하며 넘겨버린다.
스쳐지나가는 인연도 가끔은 깊어진다. 특히나 가족을 대신하는 일이나 생존 전투에선 그렇다. 일찌감치 넓고 깊게 우물을 팠더라면 십 년 세월도, 오늘의 모습과는 달랐으리라. 그래도 삼천육백여 일의 바람은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다. 표정도, 발음도, 자신감도 해마다 아니, 달마다 아니다, 날마다 쌓인 지층처럼 켜켜이 무늬를 만들었다. 내가 던진 다섯 문장에 너댓 문장으로 답하는 그가 묵묵히 증명하며 조심스레 일어선다.
'이번에는 꼭 합격해야 합니다'
만약 오늘 문자가 없었더라면 그 미소 입은 무늬마저 잊을 뻔했다. 영영 놓칠 뻔하였다. 그토록 절박한 마음은 어딘가에 반드시 닿으리라. 푸르디푸른 시간을 이국에 묶어두고 십 년 세월을 산 끝은 해피엔딩이므로. 이어야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