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팬데믹 3년 차의 의료인 정신건강 및 번아웃에 대한 단상 1
작년 12월, 남아공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로 전 세계가 다시 방역을 강화하고 전투태세로 들어가던 때, 이번 변이는 전염력이 높고 독성이 낮다는 보고를 읽고, 마침내 이 지겨운 팬데믹에도 끝이 오고 위드 코로나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곧이어 미국이 다시 코로나 왕국으로 바뀌어 다시 응급실에 코로나 쉬프트가 생기고 모든 모임들이 취소되는 것을 보면서 깊은 한숨과 함께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지만, 그때는 나 역시 통계의 하나가 될 줄 미처 몰랐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자 목이 좀 따가웠다. 오미크론의 첫 증상이 인후통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목 따가움은 습도나 온도가 좀 안 맞을 때도 종종 생기기 때문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니 증상이 더 심해졌다. 어, 어, 하는데 아빠도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순간 며칠 전 엄마가 나른함으로 하루 정도 앓아누우셨던 것이 생각났다.
그날 저녁, 익숙한 그 느낌이 느껴졌다. 백신 맞은 후 이틀 정도 불쾌하게 내 몸을 괴롭히던 바로 그 느낌. 뭔가 온몸의 혈관들이 자글자글 끓는 느낌이랄까? 온몸의 면역계가 차르르 활성화되는 듯한 그 느낌을 느낀 순간, 앗, 혹시?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얼마 후, 증상은 더 심해지면서 나는 목소리를 잃었고, 연이어 아침마다 음미하던 커피가 더 이상 향기롭고 고소하지 않았다. 코로나였다.
앓아누워서 아... 이렇게 코로나와의 2년 간의 숨바꼭질이 끝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2020년 3월, 지금에 비해 정말 코로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뉴욕시의 1차 유행 (the First Wave) 시절, 그 엄청난 불확실성 속 아노미 상태의 응급실에서 일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 코로나 사태는 사실 그렇게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몸이 아픈 것이 힘들긴 했지만, 완치 후 다가올 자유의 시간들에 대한 설렘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간의 시간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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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현재 진행형이었고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었던 터라 사태의 우울함을 살짝 거르고 역설의 유머로 승화한 덕택에 오히려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지만, 2020년의 봄 뉴욕시의 코로나로 인한 의료 시스템 붕괴와 같은 사태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던 절망과 공포의 어두움이 다시금 스리슬쩍 찾아온다. 그 검은 구렁이가 내 마음을 다 차지하고 똬리를 틀고 드러눕기 전에 재빨리 내쫓아 버리고 내 마음의 안마당을 싹싹 비질한 후 다시금 밝음과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