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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준 Feb 09. 2024

출국

군대가는거같다

캐나다로 떠나는 날이지만, 별로 실감이라고 할만한건 없다.

그냥 군대가는거 같다.

나는 그때도, 그러니까 가족하고 포옹한다음 연병장에 집합해서 줄설때도, 군대에 간다는 실감은 들지 않았다. 

그냥 남들이 나 군대간다고 하니까 내가 가는곳이 군대이구나, 이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1년 9개월이 지난다음, 그 상태 그대로 군대를 제대했다.

그렇다고 군생활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난다.

처음 논산에 도착하고 군복과 군화를 받았다.

그런데 군화를 받고 나서, 조교가 신발끈을 제출하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유난 떠는군’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구보를 한뒤 생활관에서 나는 이런 소식을 들었다.

옆 소대의 누군가가 신발끈을 내지 않았고, 그러고는 밤늦게 그 신발끈을 가지고 화장실로 향한다음, 그리고는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한참동안 나오지 않자, 불침번이 화장실에 들어갔고, 목에 신발끈을 두른 불쌍한 그 친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 소문의 내용은 물론, 나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내게 그 얘기를 속삭여주는 동기의 들뜬 눈빛 또한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하나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 것이고, 그것은 충분히 비밀이라고 불릴 가치가 있던 것이다. 


아무튼, 그제서야 나는 불침번을 화장실 따위에 세워뒀던 이유를 알게되었다. 그날 불침번은 자기 일을 한것한 것이다. 늦긴 했지만.

불쌍한 그 친구는 군대가기 전까지, 자기가 화장실 바닥에서 끝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좁고 냄새나는 곳에서 끝날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저런 안됐군’ 나는 생각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뒤로도 번번히, 자주는 아니지만 비슷한 소식들이 들렸다.

누가, 어떻게 이런 소식들을 가져다 주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대개는 비슷한 내용들이었다.

화장실, 군화끈, 불침번.


그래서 나는 밤중에 화장실에 가고싶어도 참았다.

정 할수 없을때는 화장실에 누가 있는지 살폈다.


무엇이 그 사람들을 그렇게 괴롭게 했는지는, 내가 다 알수는 없다.

내가 뭘 알겠는가?

하지만 확실한건, 시간이 흘러서 논산을 떠나고, 자대에 배치받으면서 비슷한 소문을 들은적은 없다. 

마치 부적격자들을 논산에서 모두 걸러버린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부대에 전입한 뒤로도, 나는 그곳에 적응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시간은 흘러갔고, 그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채, 혹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한채로 전역날이 왔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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