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걸 좋아하는 어떤 여자의 국토종주 이야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을까
한국 나이 30세에 늙어 버리면 걷는 여행을 못 할 것 같아
국토 종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봐왔던
국토대장정 (캠페인)을 알아봤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하지 않았다.
.
“할 수 없군, 그냥 혼자 가야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가방을 사고
국기를 걸고 다니면 눈에 띄어서
차들에게 안전할 것 같아
태극기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를 찾기가 어려웠다
일단은 책갈피라도 사서 걸어놨다.
짐을 이래 저래 싸다 보니
욕망에 덩어리가 됐다.
나는 경량화를 추구하는 편인데
오랜만에 하는 여행에 신이 난 나머지
아니면 긴장을 했는지 이것저것 다 꺼내기 시작했다
물론 너무 무거웠다.
산티아고 때 배운 덜어냄의 미학을 써먹어야겠다.
반팔, 긴팔, 긴바지, 양말 하나씩
다 포기하고 짐을 담았다.
짐을 다 싸고
이제 출발지를 정해야 하는데,
종주를 하면 어디서 시작하는지 몰랐다.
딱히 또 시작점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서울역.
눈에 띄게 서울이라고 쓰여있는 곳.
그곳에서 시작해야겠다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
아침에 일어나서 상쾌한 기분으로 8시쯤
집을 나섰다.
이게 웬걸.
‘집 앞에 Seoul 사인이 있네..
누가 봐도 서울에서 시작한 것 같잖아! ‘
그렇다면 여기서 그냥 시작해야겠다..
그렇게 인증 숏을 찍고
계획에 없던 집 앞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동네부터 시작하니
익숙하던 동네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바빠서 슉슉 지나쳤던 곳도
시간이 많다 보니
다양하게 보였고 재미있었다.
평소라면 밖으로 걸었을 시장 골목도
괜히 안에 들어가서 걸어보고 구경했다.
또 걷고 보니 오랜만에 보는 초등학교 운동회도 괜히 재밌고
맘속으로 응원했다.
‘
동네를 빠져나가고
중구로 가니 직장인들의 바쁜 삶과
도시의 북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야지 사야지 하던 태극기도
서울의 중심에서
더 잘 보였다
동대문구를 지나서 왕십리로 갔을 때
화장실을 들리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아트 트릭스가 있었고
잠깐 구경하는 동안 태극기가 있었다!
딱 내가 찾던 사이즈!!
건물에 시원함에 잠깐 카페에 눈이 돌아갔다.
나는 커피 중독자다..
걸으면서 커피를 마시면 화장실을 많이 갈 것 같아서 안 갔는데
생각해 보니 아직 서울이다.
언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커피를 한잔했다.
잘 쉬고 조금 걷다 보니 한강공원이 나왔다.
한강을 다리로 건너니 느낌이 이상했는데
평소 지하철로 쓩지나갈 때와 달리
다리로 천천히 지나가니 좋았다.
또 조금 걷다 보니.
고등학교 이후로 가본 적이 없는
롯데월드가 나왔다.
또 이렇게 보니 이쁜 거 같기도 하고 재밌을 거 같기도 한데..
놀이기구를 잘 못 탄다..
심장이 잠시 위에 있다가 늦게 떨어지는 그 느낌을 너무 싫어한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롯데타워가 나왔고,
웅장함에 조금 놀랐다.
잘 만들었다..
계란빵을 먹으며 걷다 보니
송파를 지나가는데
버섯모양의 조형물이 보였다..
송파.. 송이버섯..?..
인가..
무슨 관계성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웃겨서 사진을 찍었다.
송파 재밌는 동네네
아파트 공원에 들어왔을 때
어떤 작은 공간이 보였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길래
잠깐 앉아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오시더니
가방을 보시고
“집나 왔어?”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아니요~ 좀 걷고 있어요!
라고 말씀드렸지만
할머니는 또 태극기를 보시고
“운동하는 중이야? “라고 하셨다
하핳,,ㅎㅎ 아니요
나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펜을 꺼내
태극기에
서울에서 해남까지
라고 적었다.
조금 더 걸었을 때는
화훼 마을 이 보였다.
아빠가 꽃일을 하셔서 그런지
눈에 화훼라는 단어가 들어왔는데.
뭐 하는 곳이지 하고 들어가지는 못했는데
과거에 꽃(화훼) 재배지였던 곳이
지금은 철거민들이 정착한 곳이라고 한다
너무 이뻤을 것 같은 이곳이
이렇게 으슥하고 열약한 환경이 되었다니
조금 쓰라렸다.
조금 지나고 나니
가천대가 보였고
나의 은사님
고등학교 과외선생님이 근처에 사셔서
생각난 김에 연락을 드렸더니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냐며
꾸중을 들었다.
선생님은 잠깐 서울에 볼일 있어서 가셨다 했고
보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안부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제대로 된 점심? 을 못 먹은 것 같아
스벅에 들려 간단히 먹기로 했다.
계란빵과 물 먹으면서 걸으니
사실 힘듦이 배고픔을 이겼다. 그리고 나는 친구를 만나러 야탑을 가니깐
퇴근 전에 도착해야 했다!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야 나 너네 회사 앞에서 춤추고 있을게”
도착에 신난 나머지 친구네 회사 앞에서 춤추겠다고 선언했지만
부끄러웠던 내 친구는
보자마자 헐레벌떡 다른 곳으로 끌고 갔다.
진짜 본가와 2분? 떨어진 곳에 아직도 사는
내 초등학교 친구는 하루 종일 걸어서 도착한
이 멀고 먼 야탑에서 일을 한다.
만날 때마다 회사 멀다고 찡찡대는 거 듣기 싫었는데
이번에는 인정했다.
‘멀긴 머네, 하루 종일 걸어서 도착한 곳이 야탑이네’
만나자마자 여러 갈굼과 조롱을 하며
양꼬치집에 들어갔다.
회사들 근처라 그런지 맛집이 많았다.
그러고는 양꼬치 양갈비를 실컷 시켜주면서
술 마시고 취하면 택시 타고 집에 떨궈주겠다고
초기화시켜주겠다는 착한 동창 놈^^
힘내라 한마디 하고
내 태극기에 한마디 써달라고 했더니
지? 이름을 쓰는 것 아닌가.
1. 번 땡떙땡
나 참..
다 먹고 이제
잘 곳을 찾아보는데
당연히 회사 근처라
찜질방이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한창 왔다간 후라 그런지
문 닫은 곳이 많았고, 4군데 를 돌아
양꼬치집과 한창 먼 곳에 찜질방까지 가서야
하루 자는 것을 허락받았다.
그곳까지 가방을 들어준 친구에게 감사..
나를 찜질방에 넣어주고는
그 멀고 먼 집으로 향했다
씻고 나왔더니 물렁해진 발과 함께 잠자리를 만들고 잠이 들었다.
사람들이 없어서 찜질방에 닫혀서 못 들어간다고 했고
락커룸에서 자라고 하셔서 저렇게 자리를 깔고
잔 것 같지 않은 잠을 들었다.
그래도 하루를 정리하고 보니
34KM 걷고
5만 걸음을 걸었다.
재밌었다.
쉬면서 할머니랑 얘기한 것도
오면서 관심 있는 척 번호가 궁금하다며
종교를 물어보던 사람도 -_-^
헛소리만 하는 내 동네친구도
북서울에서 야탑역까지
잘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