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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Dec 11. 2015

쫓기며 그린 그림

#03. 웨스터민스터 성당

사진을 찍는 것이 짧은 시간에 얇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면, 스케치는 오랜 시간을 들여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겨우 얻어낸 짧은 휴가로 뭐 하나라도 더 봐야겠다 싶어서 퉁퉁 부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어디서 본 듯한 인증샷을 하나 겨우 얻어내고야 마는데 익숙해져있는 짠한 우리네 인생으로는, 느리고 깊은 관계를 맺는 여행의 시간에 쉽게 익숙해질 수 없다. 여행 초반에 나는 아직 지난 버릇을 버리지 못 했던 것 같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던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는 비행기에서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나는 스케치를 사진 대용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무엇을 그릴지 정하지 못했고, 처음 경험하는 성당의 위용에 눌려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두리번 거렸다. 시야는 좁아졌고, 마음은 조급해졌다. 스케치를 보면 느껴진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다급함이 느껴진다.

뭘 그리고 싶었는지, 뭘 느꼈는지,

그 때의 순간은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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