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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 Feb 02. 2022

태어나서 처음 피맛을 본 날

그저 오늘의 육퇴 후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글

2022년 2월 1일 구정 아침.

차례를 지내지 않는 시댁에 감사하며(?) 우리 집은 차례를 지내서

며느리인 새언니는 전날부터 명절 음식을 만든다.

시집오기 전 나도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며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던

명절 풍경이었는데.

시집을 와보니 당연하지 않은 거였고, 며느리가 된 지금은 너무 편하다.

명절 음식을 만드는 게 이젠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다들 시집 잘갔다고 부러워하는 명절날

아들 산이 짐만 부랴부랴 싸서 아침밥 얻어먹으러 갔다.


호기심 왕 우리 아들 산이는

낯선 집안 풍경을 몇 번 두리번두리번 하더니

이내 스캔 완료. 기고 서서 걸어 다니며

만지기 바쁘다.

그 꽁지 따라다니기 바빠 나는 땀이 뻘뻘

카디건에 경량 패딩조끼 하나씩은 다 입고 있는 집안에서

혼자 여름인 양 반팔 입고 있는 아들 뒤꽁무니 따라다니는 나다.


" 요놈아, 안돼. " 말하며 안고 있다

잠깐 일어나 다른 거 가지러 간 사이에

나를 따라온다고 뒤따라 오던 아들이  

밥상에 머리를 쿵 부딪혔다.

우앵하고 울어버리는 아들

" 응 괜찮아 괜찮아" 안아 달래는데

 남편이 뒤에서 나를 보며


" 피, 피난다, 입에서 피 흘러!"

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뭐?"


안고 있던 아들 얼굴을 보니 입안에서 피가 주르륵 흘리며 울고

내 어깨에도 피가 묻어 축축하게 스며들고 있다.

손수건으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상처의 위치를 보니 혀를 깨물었다

윗니 4개, 아랫니 4개가 난 아들... 의 첫 세상 쓴맛. 피맛을 봤다.


정초부터 액땜했다. 생각하자. 그래 이 정도이길 정말 다행이다.

"괜찮아, 괜찮아" 우는 아들을 달래며

나 자신도 달래 본다.


'하아, 순간이었다.'

그냥 내가 계속 안고 있을 걸,

그게 뭐 중요했다고,


그럼 뭐해

이미 일은 벌어진 걸, 그래 이 정도 다쳐 감사하게 생각하자.


이제 앞으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까?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까?

얼마나 가슴 졸이는 일들이 생길까?


온통 내 머릿속엔 아들 생각뿐이다.

서럽게 울다 흐느끼며 잠이든 아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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