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설사회

불구들의 정치와 연대에 대하여, 장애여성공감 엮음(2020)

by 백선영

시설사회(2020)


비혼모, 장애인, 이주민, 청소년, HIV감염인, 정신장애인, 노숙인 등 소수자들을 향한 시설사회의 작동 원리는 대동소이하다. 정상성에서 이탈한 광범위한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시설에 묶어두는 것, 유일 민족성, 이성애가족중심성, 비장애중심성, 비청소년 중심성 등 시설화는 사회에서 간주하는 정상성이 무엇인가를 역으로 드러낸다.


보호보다 감시와 처벌이 목적인 교도/교화시설의 경우, 규범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위탈법-범죄자들을 집단적으로 수용한다. 집단적 수용과 기본권 박탈 자체가 형벌인 셈. 이름만 보호일 뿐, 출입국사범들을 수용하는 외국인보호소 역시 마찬가지다.


길거리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 빈곤한 삶, 혼인 관계 밖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삶, 감염위협을 준다고 여겨지는 삶, 타인의 일상을 위협하는 삶...생존 그대로를 다양하게 살아내는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규정되는 사람들은 시설에 간편하게 격리된다. 빈곤, 섹슈얼리티, 장애 등 사회구조적인 억압의 측면들을 가리면서, 억압의 결과로 나타난 많은 문제들을 개인화한다. 사회가 정하는 일정 기준과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복지"의 이름으로.


특히나 장애인 격리 시설은 여타의 시설들과는 차별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통제 하에 격리되어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성격을 넘어 기본권 자체가 통제되는 삶을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누구나 이러한 시설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시설을 탈하는 것만으로 시설화된 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완고한 정상인들의 사회. 공존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효율에 기반한 통치적 시각에서 시설거주는 불가피하다 봐왔다.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야 할 가족과 주변인들에 의해 강하게 유지되어 온, 소수자들을 격리하고 억압하는 삶의 양식- 체제이기도 하다는 면에서 시설은 폐쇄되어야 하고 반대해야 한다. 나의 질문은 여기에서 더 확장된다. 학교도 보육원도 일정 재활 시설도 집단이나 단체로 머물고, 위계를 두어 관리하는 모든 장소를 일컬어 시설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렇게 따지면 시설사회는 곳곳에 있다. 나는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 "시설"에 떠밀기 위해 갖은 고투를 치른다.


어떠한 통치 기재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은 주어지는가? 어떠한 목적에 종속되어 사는 삶들-여기에서 오는 관리와 통제 일반을 부정할 수 있는가? 규범을 어떻게 다르게 정의할 것인가-현 사회의 법과 규범은 누구를, 무엇을 중심에 놓고 있는가. 궁극적으로, 체제에서-체제가 스며든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삶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존할 것인가.


탈시설, 시설화된 몸, 각인되는 여러 말들이 간단치만은 않은 의미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 이상향을 그려나갈 때 꼭 던져야 할 질문 중 하나. 나는 수도 없이 아이를 향한 가해자가 된다. 죽고 싶은 날들에서 벗어나려면 지금이라도 보다 구체적이고 촘촘한 담론들을 그려야 한다.


마음에 남는 구절.


"탈시설의 실천은 타자를 타자성으로부터 구원하거나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소통 불가능한 타자와 같은 장소에서 소통하는 것, 나의 타자성에 대한 선언 자체로부터 시작되는 것. 시설에서 강제되고 지배당하는 삶, 지역 사회에서 고립되고 위험한 삶 이분법을 거부하는 것. 불온한 상태들의 연결, 타자성과 공존하는 반폭력의 실천이다"

unnamed.jpg 시설사회-장애여성공감 엮음(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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