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금기와 편견 너머 하마스를 이해하기, 헬레나코번/라미쿠리 저, 이준

by 백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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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동을 둘러싼 정세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억압과 식민지배를 두고 통상 ‘이-팔 분쟁’ 정도로 규정하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분쟁과 전쟁의 의미차는 크다. 분쟁은 이익·권리간 충돌로 상호 간 동등한 충돌을 전제로 한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압도적인 사망자 숫자를 보건대, 이 사태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는 분명해진다. 이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조직적 무력 충돌의 상태를 넘어 인종 학살 단계로 나아간지 오래다. 이스라엘 침략 국가, 이스라엘이 지원받는 미국의 지배가 빠진, 팔레스타인의 무장 저항만을 문제로 규정하는 언론과 세계. 그 속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누구의 문제인가, 다시 말해 누가 이 문제를 야기했는가를 조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압살의 증거이자 폭격을 정당화하는, 테러리스트라 명명된 하마스를 제대로 아는 것은 이 시점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 이후 이스라엘의 폭격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하마스 운동과 조직을 연구해온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엮어낸 저서다. 그 이후로도 정세는 급변했다.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숫자가 7만을 웃돈지도 꽤 지났고, 일방적인 정전 선포 후에도 천여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잔혹한 학살은 정전 이후에도 지속되었고 서안 지구의 난민촌까지도 확산되었다. 공식적으로 하마스의 군사부에서 입장을 내고 있고, 이스라엘 요청대로 포로를 석방하고 시신을 반환하며 공격을 중단했지만 이스라엘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의료시설 포함 90% 이상 민간시설들이 파괴되며 너무나 많은 사상자가 나온 현 시점에서 하마스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는 잘 모르겠다. 대체로 여기 거론된 하마스 지도부, 특히 가자에 있는 이들은 대체로 궤멸되었을 거라 추정되고(대담 이후에도 지도부를 노린 암살은 지속됐다 - 이스마엘 하니에 이란 폭사 등) 알 아크사 홍수 이후의 하마스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의미하게 볼 지점은 이스라엘 침략의 근거로 활용되는 하마스가 출현한 배경과 저항운동사의 맥락들을 제대로 짚지 않으면 지배 언론의 양비론에 동조하며 학살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책무로써 팔레스타인 문제를 제대로 보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니라 절멸수용소가 돼가고 있다. 무력 저항에 대한 철저한 짓밟힘 치고도 댓가가 너무 가혹하다. 가자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숱한 테러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몫은 한계에 다다랐다. 팔레스타인 밖의 사람들이 알고, 함께 저항하는 운동의 국제적 확산이 절박하다. 하마스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현지에서의 저항이 어떻게 조직되어 왔나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연대의 기초를 쌓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담을 통해서 본 쟁점 몇 가지 요약>


1) 하마스의 실체와 역사성

의미: 하마스는 열정의 이슬람운동 조직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듯.

태동: ‘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갈릴리 침공 당시 팔레스타인 군인들(PLO군사력)을 제거한 것을 촉발로 하여 하마스(팔레스타인), 헤즈볼라(레바논) 등 무장을 기반으로 한 이슬람 정치운동의 토대를 구축, ’87년 설립 헌장 발표하며 무장 투쟁 시작(1차 인티파다)

성격: 정치+군사조직+정당의 성격 -> 2005년 의회 진출하여 다수 획득

조직: 서안, 가자, 해외와 교도소 등 분산돼 있으나 강력한 조직망

2007년 파타흐(미, 이스라엘 등이 프락치 등 포섭) 쿠테타로 내전 지속

2017년 실용주의 노선으로 헌장 개정, 두 국가론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의회정부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인정한 셈, 상당히 다양하게 협상해오고 연합해 옴

팔레스타인은 젊은 층이 많고 하마스에도 젊은 활동가들이 급진화


2) 하마스에 대한 대중의 여론(’24년 2분기,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알 아크사 홍수 작전 이후 이스라엘 폭격으로 가자 주민의 80% 가족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으나 여전히전체 응답자의 2/3(70%)가 해당 작전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생각하며 하마스를 지지함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열망이 높고, 두 국가안에 대한 지지는 감소, 무장투쟁에 대한 지지가 높음

팔레스타인자치정부(미, 이스라엘 등에 의해 관리) 해체해야 한다 60%, 하마스에 비난을 돌리는 여론 10%

전후 가자지구 통치 주체 하마스가 통제할 것이라는 답변, 서안이 가자보다 높음

아랍 보안군 파병 70% 반대

타국과의 관계도 : 예맨, 헤즈볼라, 카타르, 이란 등↑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 <->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반대


3) 하마스의 내부 성격과 정치의 본질

여성억압, 퀴어억압 등 -> 성소수자 이슈는 하마스의 이슈가 아님(부정한다기 보다 취급을 안함)

물론 가부장적임(여성들의 임무는 다음 세대를 기르는 것으로 한정) 그러나 여성 지도부,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하여 하마스는 다른 이슬람 조직보다 열려 있음, 여성들의 지지도가 높았음.

민주주의 : 이란 등 종교 지도자가 강한 위상을 갖는 것에 대해 비판적, 토론 논의 등 중요시함.

무장저항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테러리즘’으로 소급시키면 논의를 할 수가 없고, 그동안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아무리 제기해도 더 큰 폭력과 살인 등의 압제로 돌아옴. 민족해방투쟁으로써의 본질, 베트콩(베트남 민족해방전선) 아프리카민족회의, 레지스탕스 등 식민지배에 맞선 무장저항의 정당성.

민족자결권 중시 : 주권은 UN 등에 의해 부여된 권리가 아니라 저항을 통해 쟁취하는 것


4) 학살전쟁의 성격

유대교 <–> 이슬람교 간 종교전쟁인가? 하마스는 ‘87년 헌장에서 유대인에 대한 반대를 명시했으나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수정함, 본질은 종교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 인종주의로써 시온주의(유대인이 기존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민족들을 내몰고 이스라엘 땅을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기획하고 획책하는 이스라엘의 이념과 이에 대한 저항임.


5)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돌입하기까지

유엔 특별위원회 산하 임시위원회에서 ’47년 분할안이 위법하다는 결론 이후 (소수 유대인에게 매우 넓은 땅) 이스라엘의 극악한 형태의 점령과 식민 지배, 팔레스타인 영구 휴전 원하나 합의를 파기해온 것은 이스라엘

이스라엘 대대적 인종청소 시작: 나크바(대재앙)라 일컬음, 유대인 민병대 학살 시작, 나크바법 제정(2011)하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애도도 금지함

2006. 하마스 당선 이후 파타흐 연합하여 쿠테타-내전 획책 (미국 EU등 국가 파타 포섭)

2007. 이스라엘 전면 봉쇄(스페시오사이드-spaciocide- 어업, 수출입 통제, 배수 오염 문제 등 사회기반시설 파괴)

2014. 51일전쟁 이스라엘 정착촌 3명을 하마스가 살해했다는 게 기폭제(하마스는 부인), 2300명 대다수 민간인 희생 (하마스 봉쇄 해제 없는 정전무효 지속적 주장)

2018. 봉쇄 해제 촉구하는 귀환의 대행진(평화시위) 250여명 사망자, 부상자 2-3만명

2023. 10. 7. 알아크사 홍수 대작전

- 키부츠(이스라엘정착민 공동소유 공동체) 이스라엘 군기지만 표적 교전-전면전의 형태 벌임.

- 민간인 인질에 대해서는 인도적으로 대우했으나 이스라엘 치안 부대 무차별 사격(한니발 작전)으로 살해

- 아기 40명 목을 베었다, 강간 등의 소문, 하마스가 먼저 국제사법위원회 조사 요청 모두 허구로 판명.

17년간 점령된 상태에 대한 저항이었으나 미, 이스라엘,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 악마화에 총력을 다한다.

이스라엘 대대적 폭격 UN학교, 병원 지하에 하마스 로켓이 있다는 이유로 공격, 현재는 대부분의 시설 파괴

가자 보건부 최신 업데이트(2026.1.26) 사망자 최소 71,660명, 부상자 171,419명, 10월 휴전 발효 후 사망자 486명, 부상자 1341명, 어린이 사지 절단자 최고 수치, 언론인 330명 살해됨

기만적인 정전 협정 발표, 팔레스타인에서는 모든 포로와 시신 반환했으나 이스라엘은 협정 위반 지속

미국의 기만적 평화위원회 건설(가자 희생자 무덤 위의 부동산 투기, ‘재난 자본주의’라 일컫기도)


<고민지점>

무장 저항의 본질을 바로 알기. 압도적 군사 우위에 비무장 저항만 할 수는 없다. 피식민지배국의 민중 투쟁은 때로는 지배국의 민간인들도 일부 사상시켜오기도 함. 팔레스타인은 시오니즘의 폭력적 영토 확장과 서구의 묵인 속에서 수십년간 봉쇄에 총 포탄 미사일 백린탄 등 온갖 살인무기가 겨냥된 채 생존해왔다. 온건한 저항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다. 무장저항과 이를 위한 조직조차 당연한 권리다. 하마스도 그런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이란 민중 봉기를 마주하며 책을 들었다. 경제문제로 시작된 봉기는 하메네이 신정체제의 부패, 무능, 폭압, 관료중심의 이득 정치에 맞선 체제저항의 성격으로 진화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하마스라고 하면 폭압 정권이 지원하는 외부의 테러 조직 정도로 폄하되기 쉬운데 이란의 폭압적 신정 체제와 팔레스타인 해방은 연결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수단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할까.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협은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가? 나아가 세속정치가 아닌 이슬람 국가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는 국가들을 보건대, 현 세계에서의 이슬람(비아랍민족 포함)지역성 속에서 민족해방투쟁의 진지로써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아랍 국가들은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을 알고 있지 않았고 대응도 늦었다.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과 함께 저항의 축을 이루는 조직들의 지원과 연대는 이란 체제의 붕괴 속에서도 강고해질 것인가.

가자지구의 삶들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근래에 들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전쟁이기도 하다. 이후에는 어떤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까. 한국 사회와의 연결 지점은 무엇인가. 여전히 무관심과 냉소 속에서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는 어떤 교훈을 주는가. 다음의 문구를 기억하자.

‘망각이 다음 학살을 준비한다’ 우리는 지금 가자 뒤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번 가자 앞에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을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그 망각에 의해 다음번 가자로의 길을 닦고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봐야할 책임, 외면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 (‘가자란 무엇인가’, 오키 마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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