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욥기 묵상

욥기 30장

그들마저 내 앞에서 굴레를 풀어 던지는구나. _욥30:11

by 제이프릭

1 "그러나 이제는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나를 조롱하는구나. 내가 전에 그 아버지들을 양 지키는 개들만큼도 못하다고 여겼는데, 2 그래, 그들도 다 늙었는데 그 손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3 그들은 궁핍과 기근으로 피골이 상접해 메마른 땅과 황무지에서 방랑하며 4 떨기나무 숲에서 쓴 나물을 캐 먹으며 싸리나무 뿌리를 뜯어 먹고 살았다. 5 사람들이 도둑을 쫓듯 그들에게 소리를 질러 대면 그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쫓겨나 6 골짜기 절벽에, 땅굴에, 바위 굴에 살곤 했다. 7 그들은 떨기나무 숲에서 나귀처럼 소리 지르고 가시나무 아래 모여 있었다. 8 그들은 어리석은 사람의 자식들이요, 밑바닥 인생의 자식들로, 제 땅에서 쫓겨난 인간들이었다. 9 그런데 이제 그 자식들이 나를 두고 노래를 불러 댄다. 내가 그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10 그들이 나를 싫어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망설임 없이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 11 그분이 내 활시위를 느슨하게 풀어 놓고 나를 괴롭히시니 그들마저 내 앞에서 굴레를 풀어 던지는구나. 12 내 오른쪽에는 저 젊은이들이 일어나 내 발을 밀쳐 내고 나를 대항하며 멸망의 길을 가는구나. 13 저들이 내 길에 흠집을 내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를 잘도 무너뜨리는구나. 14 성벽 틈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몰려 들어오고 폭풍처럼 나를 덮치는구나. 15 공포가 나를 엄습하며 내 영광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내 행복도 구름처럼 사라져 버리는구나. 16 이제 내 영혼이 속에서 쏟아져 버리고 고통의 나날이 나를 붙들었다. 17 밤이 되면 뼈가 쑤시고 뼈를 깎는 아픔이 끊이지 않는다. 18 엄청난 힘이 내 옷을 잡아채는구나. 내 옷깃같이 나를 휘감는구나. 19 그분이 나를 진흙 속에 던지셨고 내가 흙덩이처럼, 잿더미처럼 돼 버렸다. 20 내가 주께 부르짖는데도 주께서는 듣지 않으시며 내가 일어서도 주께서는 나를 보아 주지 않으십니다. 21 주께서 이토록 내게 잔혹하셔서 주의 강한 손으로 나를 치십니다. 22 또 나를 들어 바람에 날아가게 하시고 폭풍으로 나를 쓸어버리십니다. 23 나는 주께서 모든 살아 있는 것에게 정해진 집, 곧 죽음으로 나를 끌고 가실 것을 압니다. 24 그러나 사람이 망해 가면서 어찌 손을 뻗지 않겠습니까? 재앙을 당할 때 어찌 도움을 청하지 않겠습니까? 25 내가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울어 주지 않았던가? 내 영혼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안타까워하지 않았던가? 26 내가 선을 바랐는데 악이 왔고 빛을 기다렸는데 어둠이 왔구나. 27 내 속이 끓고 편하지 않았다. 고난의 날들이 내게 닥쳤기 때문이다. 28 내가 햇빛도 비치지 않는 곳에서 울며 다니다가 회중 가운데 서서 도움을 청하게 됐다. 29 내가 자칼의 형제가 됐고 타조의 동무가 됐구나. 30 내 피부가 검게 그을리고 내 뼈는 고열로 타들어 가는구나. 31 내 수금 소리는 통곡으로 변하고 내 피리 소리는 애곡으로 변해 버렸다." _욥30:1-31, 우리말성경


29장의 따뜻하고 아련했던 조명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다시 욥을 비춘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과거를 회상하던 그리움 대신, 현재의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처절함이 묻어난다. 그는 한때 자신이 경멸했던 비천한 자들에게 조롱당하는 수치, 뼈를 깎는 육체의 아픔,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께 버림받은 듯한 영혼의 고통을 토해낸다. 그의 몸짓과 표정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통(사회적, 육체적, 영적)이 한 사람에게 어떻게 집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29장에서 그려졌던 눈부신 '과거의 영광'과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처참한 '현재의 비참함'을 보여주며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 극적인 추락을 통해 관객은 욥의 고통의 깊이를 실감하게 되며, 이어질 그의 마지막 항변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는 이제 자신의 마지막 변론을 위해,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의 증거물들을 무대 위에 남김없이 펼쳐 놓는다.




그분이 내 활시위를 느슨하게 풀어 놓고 나를 괴롭히시니 그들마저 내 앞에서 굴레를 풀어 던지는구나. _욥30:11


욥은 오랜 시간을 살며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상황에 봉착했다. 그는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고 자신 또한 그들을 선도하고 가르치는 입장으로 여기며 살아온 것 같다. 마음 속에 그들을 향한 우월감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입장이 뒤바뀌었다. 이제 그들이 자신을 조롱하고 멸시하는 것이다. 욥의 상황은 마치 훗날 예수님께서 받으실 멸시와 고통의 상황과 유사하다. 그리고 욥은 비록 지금 너무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지르고 있으나, 이 상황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상황임을 인식하고 있다.


내게 일어나는 일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이라 해도, 그것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임을 인식할 때 위로를 얻는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난감한 상황일지라도 적어도 나는 그분의 바운더리 안에 거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평안할 때엔 이 부분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고난의 시간은 신자로 하여금 하나님의 섭리 안에 거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밤이 되면 뼈가 쑤시고 뼈를 깎는 아픔이 끊이지 않는다. 엄청난 힘이 내 옷을 잡아채는구나. 내 옷깃같이 나를 휘감는구나. _욥30:17-18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거머쥔다 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부귀영화와 큰 권력, 높은 명예 등에 젖어 살다보면 실제로 많은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나의 몸, 건강의 문제다. 아무리 관리를 한다 해도 어느 순간 어떤 병이 찾아올지 모른다. 통제가 안되는 영역이다. 아무리 첨단 기술과 현대의학이 발달해도 손댈 수 없는 곳이 있는 영역인 것이다. 욥은 지금껏 모든 것을 누리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쳤다.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해야 할 이유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소용이 없다.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은혜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아도 여전히 나를 꼼짝 못하게 치실 수 있는 분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 역시 은혜다. 하나님께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은혜의 자리로 인도하신다. 그것이 건강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떤 영역일 수도 있다. 욥은 지금 그 인도하심 가운데 서 있다. 우리 또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실은 은혜의 자리로 가는 길일 수 있다. 세상 주관자가 택한 백성을 어떻게 인도하실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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