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욥기 묵상

욥기 15장

자네 죄가 교활한 사람의 말만 골라 하고 있네 _욥15:5

by 제이프릭

1 그러자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대꾸했습니다. 2 "지혜로운 사람이 헛된 지식으로 대답하겠는가? 동쪽 바람으로 그의 배를 채우겠는가? 3 말도 안되는 소리로 논쟁하겠는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로 싸우겠는가? 4 그래, 자네가 하나님 경외하기를 내던져 버리고 하나님 앞에 기도하기를 그치고 있네. 5 자네 죄가 자네 입을 가르쳐서 교활한 사람의 말만 골라 하고 있네. 6 자네의 입이 자네를 정죄하지 내가 정죄하는 게 아니네. 자네 입술이 자네에게 불리하게 증언하는 거야. 7 자네가 첫 번째로 태어난 사람이며 자네가 산보다 먼저 만들어졌는가? 8 자네가 하나님의 비밀을 들었으며 자네만 지혜를 알고 있는가? 9 우리는 모르고 자네만 아는 게 무엇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을 자네만 깨달은 게 무엇인가? 10 우리 가운데는 백발의 노인들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있고 자네 아버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있네. 11 하나님의 위로가 충분하지 않던가? 부드러운 말씀조차도 충분하지 않던가? 12 어찌하여 자네가 이토록 흥분해 눈을 치켜뜨고 13 영으로 하나님을 원망하고 입으로 그런 말들을 쏟아 내는가? 14 사람이 무엇이라고 깨끗할 수 있겠나? 여자가 낳은 자가 무엇이라고 의로울 수 있겠는가? 15 이보게. 그분은 그분의 거룩한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으신다네. 진정 그분 보시기에는 하늘도 깨끗하지 않다네. 16 그런데 하물며 죄악을 물 마시듯 들이키는 추악하고 부패한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17 내 말을 들어 보게. 내가 설명해 주겠네. 내가 본 것을 말해 주지. 18 지혜로운 사람들이 그 조상들에게서 들은 것을 숨김없이 전해 준 것이네. 19 그 조상들에게만 그 땅이 할당됐고 그 어떤 이방 사람도 그들 가운데로 지나가지 못할 때였네. 20 악한 사람은 일평생 고통을 당하게 돼 있고 억압자는 그 햇수가 자기에게 쌓이게 돼 있네. 21 소름끼치는 소리가 그 귀에 들리고 잘돼 가는 것 같을 때 멸망자가 그를 덮칠 것이네. 22 그는 어둠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 못하고 칼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네. 23 그는 먹을 것을 찾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어디 있나?' 하고 어둠의 날이 바로 코앞에 닥쳤음을 알고 있다네. 24 고난과 고뇌가 그를 두렵게 하고 싸울 태세를 갖춘 왕처럼 그를 덮칠 것이라네. 25 그가 하나님께 주먹을 휘두르고 전능하신 분 앞에서 자기 힘을 다지며 26 목을 세우고 강한 방패를 가지고 그분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네. 27 그 얼굴에 기름기가 가득하고 그 허리에 살이 피둥피둥 쪘어도 28 그는 황폐한 마을,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돌무더기가 돼 버릴 집에서 사는 것이네. 29 그가 부자가 되지 못하고 그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고 그 땅에 뿌리박지 못할 것이네. 30 그는 어둠에서 떠나지 못할 걸세. 불꽃이 그 가지들을 말리고 그분의 입김에 그가 사라져 버릴 것이네. 31 속아 넘어간 그가 헛것을 믿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네. 그러면 그 보상이 또 헛것이 될 테니 말이야. 32 그의 때가 이르기 전에 그 일이 다 이루어질 것이고 그 가지는 푸를 수 없을 것이네. 33 아직 익지 않은 열매가 떨어지는 포도나무 같고 꽃이 떨어져 버리는 올리브 나무 같을 것이네. 34 위선자들의 무리는 자식을 낳지 못할 것이고 뇌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장막은 불탈 것이네. 35 그들은 악행을 잉태해 재난을 낳으며 그 뱃속은 기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세." 욥15:1-35, 우리말성경


길었던 욥의 반론이 끝나고, 다시 엘리바스에게 조명이 비친다. 연극의 2차 논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번에 무대에 선 엘리바스는 4장에서 보여주었던 점잖은 조언자의 모습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실망감과 분노가 섞여 있으며, 욥을 향한 어조는 이제 노골적인 비난과 조롱으로 가득하다. 위로자의 가면은 완전히 벗겨지고, 이제 그는 욥을 심판하는 검사의 역할을 자처한다.


이 장면은 논쟁이 어떻게 악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첫 번째 논리가 욥에게 통하지 않자, 이제 더 교묘하고 잔인한 방식을 사용한다. 그것은 바로 '악인의 초상화'를 상세하게 그린 뒤, 그 초상화가 바로 욥의 자화상이라고 암시하는 것이다. 논쟁의 초점은 이제 '고난의 원인'에 대한 탐구에서 '욥은 악인인가'라는 인신공격으로 변질된다. 이로써 대화의 문은 사실상 닫히고, 깊은 감정의 골만 남게 된다.




5 자네 죄가 자네 입을 가르쳐서 교활한 사람의 말만 골라 하고 있네.


욥과 친구들의 두 번째 논쟁은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차갑고 적대적이다. 특히 첫 주자로 다시 나선 엘리바스의 말에서는 더 이상 위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욥의 모든 항변을 '헛된 지식'과 '교활한 말'로 치부하며, 그가 하나님 경외하기를 그만두었다고 직접적으로 정죄한다.

여기서 엘리바스는 논쟁에서 밀리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전략을 쓴다. 상대방의 논리 자체를 반박하기 어려울 때, 그 논리를 펼치는 사람의 '의도'와 '인격'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는 욥의 고통스러운 질문들을 '지혜를 독점하려는 교만'(15:8)으로, 하나님을 향한 절규를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15:13)으로 왜곡한다.


그리고 그는 20절부터 마지막까지, 악인이 결국 어떻게 비참하게 몰락하는지를 길고 상세하게 묘사한다. 표면적으로는 일반적인 악인에 대한 설명 같지만, 그가 묘사하는 부유했으나 교만하여 벌을 받는 자의 모습은 명백히 욥을 겨냥하고 있다. 이는 "이 그림 속의 주인공이 바로 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신들의 '인과응보' 신학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이제 욥을 '악인'이라는 틀에 억지로 집어넣으려 한다.


이것이 바로 경직된 신념이 가진 위험성이다. 자신들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실(의인의 고난)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의심하는 대신 그 현실을 왜곡하고 상대를 정죄하는 길을 택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고통받는 친구의 아픔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학적 세계관을 지키는 것이다. 이 순간, 그들의 지혜는 더 이상 지혜가 아니고 그들의 위로는 폭력이 된다. 대화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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