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욥기 묵상

하나님께서 고통을 허락하시는 까닭

욥기묵상_서문

by 제이프릭

욥기에는 그 어느 성경책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온다. 하나님과 천사들의 회의 자리 같은 곳에 사탄이 등장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탄을 쫓아내지 않으시고 갑자기 욥에 대해서 물으신다. 이 장면은 '의인의 고난'이라는, 인간이 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 사실은 하늘의 관점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며, 욥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 위로 올려놓는다.


언젠가 나는 욥기를 연극무대에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동적인 연극이 될 수는 없다. 욥기는 등장인물들과의 대화가 주된 내용이다. 무대 배경도 거의 필요가 없고 등장인물들은 등장하고나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대화만 하면 된다.


대신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고조되는 인물들의 열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타란티노의 영화에 종종 나오는 장면처럼 - 대표적으로 영화 [바스터즈]의 첫 시퀀스는 란다 대령과 집주인의 대화만 계속되는데도 긴장감이 엄청나다. -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 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은 '보는 연극'이라기보다 '듣는 연극'에 가깝다. 시간이 가면서 점차 고조되는 인물들의 열기와 논리를 오직 대사만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기나긴 대화의 목적은 논쟁의 승자를 가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고난이라는 현실 앞에서 인간의 모든 지혜와 논리가 어떻게 한계에 부딪히고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친구들의 인과응보적 세계관, 엘리후의 정교한 신학, 그리고 욥 자신의 처절한 항변까지도 결국 침묵에 이른다.


이 묵상은 욥기 42장 전체를 따라가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정이다. 모든 인간의 언어가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마침내 침묵을 깨고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그리고 욥기가 던지는 진짜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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