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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 May 27. 2018

포르투의 첫인상

여행하는 곳이 아니라 살아봐야 할 곳

포르투에 도착한 지 3일째가 되었고 도착한 이래로 내내 내리던 비가 드디어 그쳤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 포르투랑 조금 친해지는 중이다.


사진으로는 언덕의 가파름이 다 표현이 안된다ㅠㅠ

포르투의 첫인상을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비'와 '언덕'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세 번째 방문만에 드디어 보게 된 맑은 파리를 아쉽게 뒤로하고 포르투에 도착했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매일 해지는 도오루 강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겠다는 내 로망은 첫날부터 깨졌다. 캐리어를 숙소에 내려두고 첫 식사만큼은 제대로 챙겨 먹겠다며 구 시가지로 걷는 동안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졌다. 평지를 오래 걷는 건 좋아하지만 언덕이나 계단에는 젬병인 저질체력이 버티기에는 쉽지 않은 여행지였다. 그냥 친구 말대로 가까운 아시아 나라 중 아무 휴양지나 갈 걸. 괜히 여기까지 와서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후회가 밀려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렐루서점이었는데..줄이 너무길어 들어갈 엄두가 안났다..

가이드북의 유명스팟과 네이버 블로그 맛집들을 오프라인 구글맵에 등록해두고 도장깨기 하듯 포르투 구시가지를 돌아다녔다. 불금이 시작된 포르투의 핫스팟들은 관광객으로 넘쳐나서 사람에 치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맛집의 음식들은 너무 짰고 달디단 와인은 체력이 떨어진 내가 소화하기엔 너무 도수가 높았다. 남들이 인생 여행지라 꼽는 곳에 왔는데도 정말이지 하나도 재미가 없고 찾아가는 맛집마다 맛이 없다니. 나는 어떻게 해도 기분이 나아질 수 없는 걸까 싶어 우울해졌다.



보기보다는 맛있습니다 (...)

남들 다 하는 거 따라 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에서 하고 싶었던 건 뭘 많이 보겠다가 아니고 그냥 잘 먹고 잘 쉬는 거였으니까. 더 이상 입에 맞지도 않는 레스토랑 요리에 30유로나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숙소 근처의 야채가게에서 올리브 오일과 파스타면과 마늘을 샀다. 10년 차 자취생이지만 요리와는 담을 쌓은 요리 무능자가 할 수 있는 메뉴라고는 알리오 올리오가 최선이었다. 라면만큼이나 쉬운 레시피라는 알리오 올리오 한 그릇을 만드는 것조차 한 시간이나 걸렸다. 하지만 고소하면서도 알싸한 파스타면을 입으로 밀어 넣고 나니 스스로 한 끼를 만들어 먹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도착한지 3일만에 드디어 해가 떴다!!!

오늘 아침에는 해가 뜨길래 부리나케 일어나 러닝화를 꺼냈다. 머리를 질끈 묶고 도오루 강가를 따라 달리다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 히베이라가 마주 보이는 와이너리 지구까지 천천히 달렸다. 살짝 안개가 낀 도오루 강을 바라보며 그제야 이 곳의 매력을 깨닫게 됐다. 이곳은 여행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러 왔을 때 진정 멋진 곳이라는 걸. 보통 길어야 3박을 하는 여행자들에 비하면 나는 이곳에 긴 시간 머무르지만, 진짜 이곳의 매력을 다 느끼려면 8일도 짧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로운 와중에 빠르게 지나가는 이곳의 시간들이 벌써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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