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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 Apr 19. 2020

또다시 꽃피는 슬럼프의 계절입니다

부제 : 코린이의 코딩 잔혹사 (Feat.leetcode)

    봉쇄령 아닌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이미 3주쯤 집에만 갇혀있는데 여전히 영국의 상황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ㅠㅠ 나는 이상하게 봄만 되면 모든 삶의 의욕을 잃고 우울의 늪을 헤매는 슬럼프의 시기를 겪는데 올해는 하필이면 이 시기가 봉쇄령 떨어지고 집에 갇혀버린 시기와 겹쳐버렸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사라진 재택근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힘들고, 이 회사의 유일한 마케터로서 전무후무한 코로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예산은 안 쓰더라도 매출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는 최고조로 폭발했다. 처음엔 집에 갇혀있어서 이렇게 우울한가 싶었는데 매년 이맘쯤엔 내가 늘 우울하고 혼란스러워했다는 걸 친절한 페이스북이 알려주자 이상하게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이 또한 언젠가 지나가겠거니..

천재와 능이버섯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

    다년간의 봄 슬럼프를 겪어오며 사고 싶은 걸 12개월 할부로 지르거나, 공연을 미친 듯이 많이 보러 다니거나, 갑자기 여행을 떠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었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선택했던 방법들은 잠깐은 좋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속에 가라앉은 불안까지 해결해주진 못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길거리에 치이는 돌만큼이나 쓸모없게 느껴질 때가 있을지라도, 이 길고 긴 우울의 터널 끝에서 나는 어찌 됐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티며 살아왔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 시간마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내 멘탈을 갈아 넣을 만큼 일에 매달리지는 말고, 업무시간이 딱 끝나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코딩공부하는_나의모습.jpg

    덕분에 요즘 내 일상은 출근해서 일하기 + 코딩 공부 (+가끔씩 부부의 세계 보면서 빡치기)로 매우 단순해졌다. 처음에는 무작정 머신러닝 강의를 듣다가 파이썬 기초가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껴서 부활절 휴일 기간 내내 파이썬 기본 문법 강의부터 다시 들었다. 그리고 코딩 감각을 길러볼 겸 페이스북 코딩 테스트를 준비한다는 대학원 동기 언니와 Leetcode 매일 풀기 스터디를 시작했다. 분명히 Easy라고 쓰여있는 것들인데 문제가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도저히 손도 못 대겠는 게 대부분이라 나는 똥멍청이야ㅠㅠㅠ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ㅎ for, if, else만 벗어나면 코드 못 짜는 코딩 멍청이가 여기 있어요...^^...

    이렇게 자괴감에 괴로워할 때면 개발자인 남자친구가 훨씬 쉬운 문제들부터 시작하라며 아주 간단한 문제들을 내주곤 한다. 피보나치 수열 만들기, n개의 숫자가 적힌 주사위를 랜덤 생성하기 같이 아주 간단한 코드들부터 시작해 보라며 하루에 한 개씩 숙제를 내주고 있는데 코딩을 가르칠 때만큼은 얄짤이 없으셔서 쫌 무섭다ㅠㅠ 그래도 리트코드의 문제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지원할 만큼 코딩 실력자들한테나 쉬운 거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스윗하게 위로해주기도 한다..ㅎ

요새 남치니와 나의 관계 요약

    암튼 코딩 공부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음엔 암호 같던 코드들이 슬슬 이해가 가기도 하고 오류 투성이지만 뭐라도 코드를 짜 볼 수 있게 되니 성취감도 느껴진다. 아직은 요원하지만 꾸준히 연습해서 언젠간 파이썬으로 내가 보고 싶은 데이터 잘 들여다보고 머신러닝 모델도 척척 돌리는 코딩 천재가 되고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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