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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 Aug 31. 2020

코딩 부트캠프를 등록했다.

런던에서 코딩 부트캠프 하기

        퇴사하고 난 후 지난 한 달간 남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기간 동안 뭘 해야 할까 박 터지게 고민한 끝에 코딩 부트캠프를 시작해보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몇 달 쉬면서 파이썬과 머신러닝 공부에 집중하고 데이터 분석 포트폴리오를 정비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이직을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그치만 프론트엔드 기초 강좌를 들어보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니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구현해내는 쪽이 나에게 더 흥미롭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남은 8개월간의 기간 동안 그간 막연하게 꿈꾸어오기만 했던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되기 전 마케터에서 엔지니어로의 커리어 전환, 비자 해결까지 모두 하려면 시간이 짧다는 생각에 부트캠프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부트캠프는 8주-12주의 코스 동안 취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데모데이를 통해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 요새 워낙 좋은 온라인 강의들이 많으니 의지만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프로그래밍 공부하는 어학원을 다닌다 셈 치고, 취업에 필요한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해 부트캠프를 이용해 보기로 결정했다.

    런던에서 할 수 있는 부트캠프를 찾아보니 대부분 온라인에서 진행되거나,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부트캠프를 찾았어도 그마저도 아무나 받아주질 않고 유효기간이 넉넉히 남아있는 워킹비자가 있는 경우에만 받아주거나 지원 과정이 까다로운 경우도 있었다. 내가 지원한 부트캠프의 경우에는 사전 인터뷰, 코딩 테스트, 토이 프로젝트 과제까지 제출해야 겨우 어드미션을 받을 수 있었다. (무슨 석사과정이냐고...)

    아무튼 그리하여 나는 많고 많은 코딩캠프중 Codeworks의 Software Engineering Immersive 코스에 등록하게 됐다. 가격은 토 나오게 비싸지만 다른 부트캠프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업 시간(월-토 주 6일 매일매일 열두시간씩 학원에 가야 한다;;), CS 기본 이론부터 시작해서 프론트엔드부터 백엔드까지 모두 다루는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다. 아예 기본기가 없는 학생을 0부터 가르치기보단 20 정도 기본기가 있는 학생들을 뽑아다 100까지 끌어올려주겠다는 게 이들의 교육방침인데, 그래서인지 다른 코딩캠프들에 비해 어드미션 받기가 어렵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코딩 테스트와 사전과제를 겪어보니 선생님들의 티칭 스타일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엄격하게 학생들을 가려 뽑는 시스템에 오히려 믿음이 갔다.

이 정도 해서 내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과제를 제출했다 한번 까임^_ㅜ

    어드미션을 받고도 디포짓을 내기까지 사실 며칠을 더 고민했다. 내가 이 나이에 6년의 경력을 리셋하고 다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해도 되는 걸까, 런던에 와서 악착같이 모은 돈을 여기에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 걸까, 이렇게 투자했는데도 막상 취직을 못하면 어쩌지 등등 온갖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하지만 불안감보다는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이미 해온 일들에 얽매여 다시 원래의 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더 크다. 지난 6년간 스타트업 기획자와 디지털 마케터로서 치열하게 살아오며 1년에 수십억의 광고비를 현존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매체들에 쏟아부어보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던 허무함과 불안함은 아마도 내 커리어는 언제 사라지고 변할지 모르는 플랫폼 위에 쌓인 사상누각 같다는 느낌에서 왔던 것 같다. 이제는 스스로가 플랫폼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시나 이 고생의 끝에 다시 마케터로 돌아가게 된다 해도 이전보다는 조금 덜 불안하고 더 많은 일을 해낼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 꾸물거리며 흘려보낸 시간에 대해 후회하는 게 직접 문제에 부딪혀보고 성장하면서 겪을 고통보다 더 괴롭다는 걸 이제는 안다. 스스로 도전하겠다 결정한 일이니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값지고 후회 없이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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