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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 Sep 13. 2020

운전면허가 생겼다

험난했던 영국 면허 교환기

    한국과 영국은 운전면허 상호 인정제도가 체결되어 있어, 한국에서 유효한 운전면허증을 영국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할 수 있다. 나는 운전은 못하지만 사진이 붙어있는 신분증을 하나 더 만들 겸 운전면허를 교환 보냈다. 가끔 펍이나 마트에서 술을 살 때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한국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암만 설명해봤자 귓등으로도 들어주질 않더라... 내가 지금까지 평생 쓴 술값이 얼만데 영국에서 술을 못사^^??? 그렇다고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 격인 BRP를 들고 다니다 잃어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에 늘 곤란했었다. 그치만 이제는 운전면허증 보여주면 되니 언제 어디서든 술을 살 수 있게 되었다!!!ㅋㅋ

    운전면허증을 교환하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지만 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여권이나 BRP를 DVLA(도로교통공단 같은 곳..?)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수가 없다. 어차피 요새 어디 갈 일도 없을 테니 보냈던 건데 평소 같으면 2주쯤 걸려 발급이 끝났을 일을 한 달을 넘게 기다려 겨우 받았다... 발급이 완료되기까지의 단계는 대략 이러하다.


1. 한국 대사관에 가서 운전면허증 번역본을 발급받는다. → 신청 후 발급 완료까지 2주 정도 걸렸다. 우편으로 신청할 수도 있다는데 그러면 우편료도 따로 내야 하고 배송받는데 시간이 또 걸리기 때문에 나는 그냥 직접 대사관에 가서 받아왔다. 자세한 발급 방법은 여기로

2. 은행에 가서 운전면허증 발급 수수료를 내기 위한 Cheque book을 발급받는다. → 운전면허증 발급 수수료 £43를 내야 하는데 우체국에서 발급하는 postal로 결제하려면 수수료를 또 따로 내야 한다. Cheque로 내면 별도 추가 비용 없이 결제할 수 있는데 은행에 신청 후 집으로 배달받는데 일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번역본 신청하는 날 은행에 신청해두면 시간낭비를 덜 할 수 있다.

3. 우체국에 가서 운전면허증 발급 폼을 받아서 작성한다. → 사진속의 형광펜 영역만 채워서 보내면 된다.

4. 운전면허증 발급 폼과 함께 교환할 운전면허증, 서명한 cheque, 신분증(BRP나 여권), 신분증을 돌려받을 봉투를 DVLA로 보낸다. → 신분증을 무사히 돌려받으려면 무조건 1st special delivery로 보내거나 DHL을 이용하길 추천


    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고 나서 운전면허증을 신청했음을 잊고 있다 보면 언젠가 집으로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이 따로따로 날아온다. 보통은 신분증을 먼저 돌려받고 운전면허증이 온다는데 나는 이상하게 운전면허증은 왔는데 BRP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 이상해서 트래킹 넘버를 조회해보았는데 컨시어지에서 수령했다고 사인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근데 막상 컨시어지에서는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고.. 아니 일부러 비싼 배송료 내고 스페셜 딜리버리로 보낸 건데 도대체 이게 어디로 갔담?ㅠㅠㅠ 컨시어지 아저씨가 CCTV도 돌려봤는데 봉투에 들어있는 물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서 다시 한번 좀 찾아봐달라고 사정사정하고 로얄메일에 전화해서 클레임 걸고 어제 하루 종일 난리를 쳤다ㅠㅠ 결국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재발급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컨시어지 아조씨가 사라졌던 내 우편물을 찾아줬다!!!! 알고 보니 로얄메일에서 우리 아파트로 배달이 오는 모든 택배를 한꺼번에 컨시어지에 배달하면 모든 우편물에 대해 수령 확인 사인을 하고 박스는 컨시어지에서 보관, 레터는 우편물은 배달기사님이 집집마다 배달해주시는데 내 우편물이 다른 박스 밑에 붙어있었어서 미처 못 보셨다고 한다. BRP 재발급받으려면 돈은 돈대로 들고 절차도 번거롭고 오래 걸려 엄청 스트레스받았을 텐데 너무나 다행이다.... 그러니 정말 안전하게 신분증을 돌려받으려면 DHL을 이용하자는 교훈...ㅠㅠ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기념으로 오늘 10년 만에 처음으로 운전을 했다!ㅋㅋ 남자친구가 몇 달 전에 보험을 갱신하면서 내 이름도 같이 보험에 올려줘서 운전면허만 있으면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야심차게 내가 운전을 해서 웨이트로즈를 다녀오려고 시도해봤는데 운전하는 법 다 까먹고 심지어 수동이라 (이상하게 영국에선 오토차를 찾기가 더 힘들다;;) 주차장 한 바퀴 도는 것도 너무 어려워서 오늘 도로주행은 포기하고 일단 운전강사님을 찾기로 했다..ㅋㅋ 얼른 운전이 익숙해져서 혼자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프로 운전러가 되고 싶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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