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개발자 취업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작년 8월 중순에 퇴사하고 눈뜨고 있는 동안 밥 먹고 코딩만 한 끝에 드디어 개발자 전직에 성공했다..!!ㅠㅠ 크리스마스 휴가 직전 코딩 테스트를 보고 어제 면접을 봤는데 당장 최대한 빨리 일을 시작해달라고;;;해서 하루 만에 연봉협상 쿨 거래를 끝내고 오늘 계약서를 받았다. 일단 1개월 동안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일해보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정규직 전환 여부를 협상하기로 했는데, 나로서는 전혀 나쁠 게 없는 조건이었다. 나는 당장 실전 프로젝트 경험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처음 오퍼를 받은 회사에 눌러앉기에는 조금 아쉬웠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회사들과도 채용 전형이 진행되고 있어서, 일단 이 회사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다른 좋은 기회가 생길 때를 대비해보려고 한다.
처음으로 오퍼를 준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소셜 펀딩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투입될 프로젝트는 보다폰이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 프로젝트의 성과를 시각화하는 대시보드를 만드는 일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Chart.js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대시보드를 구축 중인데, 운 좋게도 부트캠프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라이브러리였다. 코딩 과제에서 주어진 요구사항에 덧붙여서 다른 필터링 조건이 걸릴 때마다 Summary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주는 기능을 추가했었는데, 이 부분을 좋게 평가하고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부트스트랩 코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에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프로젝트에 실제로 적용했던걸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었다.
아무튼 그래서 어제 오전에 면접을 보고 오후 동안 짧게 연봉협상 과정을 거쳐 드디어 계약서를 받았다ㅋㅋ 사실 나는 처음에 오퍼 받은 조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사실 돈보다는 경험이 더 급했어서 그냥 수락할까 했는데 남자친구가 조건을 듣더니 스스로 가치를 후려치지 말라고 해서 어제 카운터 오퍼를 넣었다. 채용 매니저도 1개월 계약직 조건에 실수령액을 고려하면 그거보단 훨씬 많이 받아야 한다며 다시 한번 어필하라고 해서 어디 한번 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카운터 오퍼를 넣었는데 리즈너블 한 이유라며 내 오퍼를 수락했다..! 결국 기존에 마케터였을 때 받았던 월급보다도 조금 높은 수준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연봉협상은 한번 찔러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질러보는 게 좋은것 같다..ㅋㅋ
사실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걸 안다. 아직 좋은 개발자가 되기에는 프로그래밍 기초도 부족하고 프론트엔드 스킬도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전에 처음 자바스크립트 공부를 시작했고, 고작 콘솔에 hello world를 찍어보며 즐거워했었다는걸 돌이켜 보면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이 성장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전공자들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기로 다짐해본다. 그래서 올해 새 목표로 깃허브 잔디심기 챌린지(=1일 1커밋 챌린지)를 시작했다. Today I learned 라는 깃허브 저장소 안에 올해동안 배우고 싶은 기술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일종의 스스로 만든 로드맵이랄까..ㅋㅋ 이 안에 계속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가면서 매일매일 새롭게 배운 기술들에 대해서 마크다운 문서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영국에 와서 나름 열정을 바쳐 일했던 회사가 어이없는 이유로 사업을 흐지부지 접고 나를 내쳐서 잘리듯이 회사를 그만둬야 했을때는 나에게 왜 이런 불행이 찾아왔을까 우울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건 지금 인생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이었던것 같다. 그 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매일 돌아오는 월급날을 위안삼으며 어영부영 눌러앉았다면, 평생 나는 내 일을 혐오하는 스스로를 혐오하며 살았을 것 같다. 첫 직장이었던 스타트업을 그만두며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던 내 선택을 평생 후회하며 막연하게 개발자로서의 삶을 동경하기만 했을 것이다. 이젠 선택을 후회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데에만 집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