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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 Dec 24. 2019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다

아이의 생활

25개월. 아이가 이틀 전부터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전부터 봐 두었던 낮잠이불을 준비하면서도 아이가 울며 잠투정을 한다고 하면 어린이집에서 재우지 말고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설마 잘까. 집에서도 낮잠 재우기가 그렇게 힘이 드는데.


그런 나의 마음이 무색하게 아이는 낮잠 시도 첫날부터 울지 않고 나를 찾지도 않고 누운 지 20분 만에 잠이 들었단다. 이틀째는 단 10분. 

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 섭섭한 마음은 무엇일까? 아이의 성장만큼 나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 품에만 안겨 자겠다고, 바닥에 내려놓기만 해도 울어재끼던 때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말이야.


어린이집을 다닌 지 한 달 반. 나는 여전히 아이를 등원시키고 어린이집 앞 스벅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혹시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 어떡하나, 다 같이 놀이터에 갔다가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징징거리고 있으면 어쩌나. 

스벅에 앉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영어공부를 하고 인터넷으로 장으로 보는 와중에도 눈은 핸드폰을 향해있다. 혹시 어린이집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연락이 올까 봐. 갑자기 얻게 된 이 자유시간들이 너무나 어색하다. 돌봐야 할 미물이 내 옆에 없는 일상이 참 낯설다.


여전히 낯선 사람과는 눈도 못 마주치는 세 살 쫄보인데, 웃으면서 등원하고 정말 행복하다는 듯 웃으면서 하원 하는 아이가 많이 낯설면서도 고맙다. 


엄마도 네 속도에 맞추어 성장하려 노력해볼게. 그래도 올해까진 스벅을 떠나진 못할 것 같아. 

천천히 크자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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