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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길 Jan 02. 2020

국정감사 증인으로 서게 되다

"공정거래 리스크 관리 : 컴플라이언스가 답이다"의 서문에서 


 2008년 10월 23일, 여의도가 가을 색으로 짙어 갈 무렵 저는 제18대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기업 그리고 로펌간의 유착관계에 대한 질문이었지요. 다음은 그 당시 국정감사 속기록의 내용입니다.


위원: 증인이 상무로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3개회사가 지게차가격을 공동인상하는 가격공동행위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것 알고 계시지요?

증인:  지금 알고 있습니다. 

위원:  그때는 모르고 그리로 가셨어요?

증인:  예, 그 당시에는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회전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위원:  그러면 들어가서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과징금 관련해서 행정소송이나 이런 일에 관여 안하셨습니까?

증인: 지금 제가 소속은 두산인프라코어주식회사로 되어 있습니다마는 전략본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해당 소송은 해당 법무실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위원: 그러면 과징금에 관한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에는……

증인: 관여한 바는 없습니다.

위원:  전혀 관여 안하세요? 

증인: 예, 그렇습니다.

위원: 상무 임명되신 다음에?

증인: 예, 제가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회사에서 소송 담당 직원들이 하고 있습니다.

위원:  증인이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시겠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그만 두고 바로 이 사건이 계류중인 기업에 들어가는 것, 이것 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전에 증인같은 분들이 근무했던 직장하고…… 로비스트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많은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그런 업무하고 관여……

 전혀 로비스트 역할을 안하고 계십니까?

증인: 제가 하는 주된 업무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법규에 대한 자율준수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부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위원:  알았습니다. 제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증인 개인을 비난하려고 신청한 것은 아니니까 앞으로 기업을 위해서도 열심히 일하지만 증인이 근무했던 직장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을 위해서 올바로 일을 하도록 그 점도 신경을 써 주십시오.

증인: 알겠습니다.


위의 문답에서 보다시피 퇴직하던 당시부터 제 직무에 대한 확신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운용이었습니다. 속기록에서도 언급했지만,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법규나 회사의 사규 또는 더 넢은 의미에서는 사회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저는 당시 공정거래법규와 관련하여 법 위반 리스크가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것이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우리 사회의 기업문화가 좀 더 공정해지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종래 공정거래 법규 위반에 대한 제제가 법 위반을 확인하고 선언하는 성격의 시정명령 수준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의 과징금 및 형사고발이라는 수준으로 급격하게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정거래 법규 위반은 그 기업이 부도덕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경영된다는 즉, 반윤리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브랜드 이미지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공정거래 법규가 국제적으로 일반화되면서 국내에서의 위반행위가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어 제재를 받게 되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미국, EU등의 제재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고, 또한 제재 이후에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기업에 주는 피해가 매우 큽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아직 법규 준수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이에 대응하는 수준에 머문 경우가 많고 사전 예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고 해도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반부패에 대한 요구 및 제재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기업 활동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예방 역시 강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비록 영역이 다르지만, 부패와 독점 및 불공정거래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그 예방 프로그램도 기본 구조에서는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공정거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노력은 부패방지를 위해서도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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