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읽다가, 미스터리/스릴러가 읽고 싶었습니다. 올해가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40주년이네요. [용의자 X의 헌신]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별로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은 아닌데 재밌습니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는 옆집에 이사 온 하나오카 야스코를 좋아합니다. 야스코가 전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이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시가미가 알리바이를 꾸며 야스코가 경찰에 잡히지 않게 완전범죄를 꾀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사람을 죽였는데 잡히지 않게 도와주는 것. 살인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럴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시가미와 반대되는 인물은 물리학자 유가나와 마나부입니다.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와 친구여서 고문 역할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이시가미와는 대학 동창이기도 합니다. 사건을 통해 두 사람은 아주 오랜만에 재회합니다.
책을 광고할 때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의 대결이라고 해서 그 부분을 기대했습니다.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사건을 꾸미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보다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추리해 나가는 심리전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된 방식입니다. 그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면 꼭 물리학자나 수학자가 아니어도, 형사라는 설정만으로도 이야기 전개가 가능하니까요.
모든 일을 알게 된 유가와는 이시가미에게 말합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톱니바퀴란 없으며 그 쓰임새를 결정하는 것은 톱니바퀴 자신이다." 330p
유가와는 오랜 친구를 깊이 존경합니다. 친구가 그저 자신의 일을 하길 바라죠. 그런데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유가와도 잘 압니다.
저는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위해 헌신하는 사랑보다 유가와가 이시가미를 아끼는 모습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요? 유가와는 만드는 쪽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문제, 스스로 생각해서 해답을 이끌어 내는 것과, 다른 사람의 답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간단할까요? 스스로 해답을 이끌어 내는 쪽은 이시가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쪽은 유가와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쪽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