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사고가 있던 그날, 제품도 멘탈도 전부 타버렸다

레미레미 진심일기 2편

by 제레미

《레미레미 진심일기》는 ‘건강한 간식을 만들겠다는 다짐 하나로 4평짜리 방에서 시작한 브랜드’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1편에서는,돈도 없고, 연고도 없이 무에서 시작해 첫 번째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을 다뤘습니다.

《1편. 4평 방구석에서 시작한 브랜드 이야기》 보러가기




불은 꺼졌지만, 나는 타오르고 있었다


2020년 7월.
그날은 유난히 평온했다.
비도 안 오고, 하늘도 맑았다.
너무나 일상적인 날이었다.

그래서 더 잊을 수가 없다.


yonghyun-lee-cJKfMvJGHD0-unsplash.jpg


‘레미레미’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조금씩 기억해주기 시작한 참이었다.

세네 개 팔리던 제품이

이제는 20 개, 30 개씩 주문이 나가고
‘맛있어요’라는 후기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주문이 많았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엑셀을 열고
주문 데이터를 정리한 뒤
언제나처럼 물류센터에 넘겼다.

오후 1시쯤이었다.


보통은 2시간 안에 송장번호가 돌아온다.
그런데
2시가 지나고,
3시가 지나고,
4시가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나?’
‘바쁜 날인가?’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오후 5시.
전화 한 통이 왔다.

“대표님, 센터에… 화재가 났어요.”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 사고


concept-portrait-overstimulated-person.jpg


뇌가 순간 정지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지금 들어온 주문은…?"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전소됐습니다.”


그날 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핸드폰을 든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고객에게 문자를 보냈다.


"현재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상품을 발송해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조속히 복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냥, 누웠다.


몸은 누워 있었지만
머릿속은 멈추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복구하지?”
“돈은 어디서 마련하지?”
“다시 만들 수는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쉼 없이 떠올랐다.

그보다 더 실감났던 건…
매출이 ‘0원’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하루도 매출이 찍히지 않았다.
어디에도 제품이 없었으니까.
다 타버렸으니까.


계좌에는 생산비도, 배송비도 없었다.
고정비는 그대로 나가는데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었다.

portrait-modern-man-performing-housework-gentle-dreamy-atmosphere.jpg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존폐 위기였다.

그래서 다시, 어떡해든 돈을 벌어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영어 번역 일을 재개하고,
유튜브 영상도 전보다 열심히 만들고,
블로그도 다시 매일 쓰기 시작했다.
쿠팡 파트너스 링크도 정리하면서
몇만 원씩라도 더 벌어보려고 애썼다.


사실, 그걸로 벌어들인 돈은
필요한 자금의 반도 안 됐다.

그저 생활비 수준 정도였다.


b32650df-1e68-4099-b0d0-16723eccdf13.sized-1000x1000.jpg


그때 떠오른 게
일론 머스크의 1달러 생존 실험이었다.
대학 시절, 하루 1달러로 한 달을 살아보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기 위한 연습이었다고 한다.


그 얘기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래, 망하면 어때.
죽지만 않으면 되지."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면서
붕괴된 멘탈을 수습하려 애썼다.


하지만 현실은
다독임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 재생산을 못 하면
모든 게 무너질 것만 같았다.


businessman-holding-piggy-bank-savings-wealth-generated-by-ai.jpg


그래서 결국,
최후의 수단인 ‘대출’을 선택했다.

이미 하나 있던 대출에
신용도도 좋지 않아서
1금융권은 거절당했다.

결국 중금리 2금융권에서
고심 끝에 대출을 받았다.


여러분, 웬만하면
1금융권이 아니면 대출 받지 마세요.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와 원금,
정말 무섭습니다.

요즘은 정부 창업 지원사업이나
소상공인 자금도 많으니까
대출보다 먼저 지원 제도를 살펴보세요.


그때 나는 망하지 않을 확신이 있어서
대출을 받은 게 아니었다.

그냥… 이상하게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마음속에서
“이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
‘레미레미’ 안에 있었으니까.


KakaoTalk_Photo_2023-04-20-18-20-47 008.jpeg


그렇게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가까스로 자금을 마련했고,
다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조금씩 배송을 시작했고,
조금씩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됐다.


불은 꺼졌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silhouette-standing-victorious-top-peak-generated-by-ai.jpg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마 그 사람도,

지금 어딘가에서 무너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말하고 싶다.

진짜 길은 있다.

끝까지 찾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나도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그날을 이겨낼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이야기는,
“제조사 폐업”이라는 예고 없는 폭탄을 맞았던 날에 대한 기록.
제품은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그때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레미레미 진심일기》 3편에서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4평 방구석에서 시작한 건강 간식 브랜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