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땅콩버터를 한 번 냈다가 망했다

레미레미 진심일기 5편

by 제레미

지난 이야기

4화: 다이어트 쿡북을 쓰자고 제안 받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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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먹기 전, 병이 있었다.


요즘 레미레미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처음부터 짜먹는 땅콩버터가 전부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전에,

조용히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진 제품들이 있었다.



병에 담긴 3종의 견과버터

레미레미의 첫 제품은
병에 담긴 땅콩버터, 아몬드버터, 캐슈넛버터였다.
지금처럼 짜먹는 파우치형은
애초에 만들고 싶었던 형태였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생산해줄 곳이 없었다.

단가, 충진, 파우치 구조, 유통 안정성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병으로 가자.

불가리아에서 고소한 원물을 소싱했고,
OEM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스티커는 직접 디자인했고,
제품 사진도 내가 찍었다.
초기 쇼핑몰에 등록되는 사진과 설명 하나하나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마트스토어를 열어보고,
첫 리뷰가 달리면
혼자 감동해서 저장해두고,
누가 내 제품을 사줬다는 사실에
몸 둘 바를 몰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손이 안 갔다

시간이 지나고 냉정히 돌아봤다.
‘이거, 내가 매일 먹고 있나?’

사실은,
먹다 보면 ‘내일 먹자’ 하며 미뤘고,
유통기한이 다가와야 겨우 손이 갔다.
굳고, 쩐내 나고, 설거지도 귀찮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안 먹는 제품이면, 남들도 매일 안 먹겠다.”



미니 큐브 파운드 케이크

두 번째 제품은
노밀가루·저당 레시피로 만든 미니 큐브 파운드 케이크.

‘간편하고 죄책감 없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었고,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큐브형이라
분명 잘될 줄 알았다.


제조공장도 어렵게 구했고,
맛별로 수백 개씩 생산했다.
맛, 수분감, 모양, 포장 방식까지
내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하나하나 테스트했다.


하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게 전부였다.

한 번 먹고 끝이었다.
두 번, 세 번 찾게 만드는 힘이 없었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기준을 새로 세웠다

그래서 과감히 정리했다.
병 견과버터도, 큐브 케이크도
조용히 내렸다.

그 일을 겪고 나서
딱 한 가지를 마음에 새겼다.

제품에 확신이 생기기 전까진 절대 출시하지 않는다.


이후부터는
제품 개발을 할 때 이 세 가지를 자문한다.

내가 매일 먹고 싶은가?

끝까지 다 먹을 수 있는가?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해소하는가?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기획이 좋아도, 절대 출시하지 않는다.




그 기준을 통과한 첫 제품

그 기준을 통과한 첫 제품이
바로 짜먹는 땅콩버터였다.

가방에 쏙,
점심 도시락에 쏙,
커피와 곁들여도 딱.
하루 한 포로 충분한 정량.


공장에선 파우치 충진이 어렵다고 했고,
기계는 자주 막혔다.
생산 단가도 높고,
생산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면,
매일 먹게 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레미레미의 기준


병 제품을 만들던 그때
상상만 했던 제품이
지금은 매일 내 책상 위에 있다.

그게 레미레미가 여기까지 온 방식이다.
성분이 좋고, 스토리가 감동적이고,
디자인이 멋져도
내가 매일 먹지 않으면, 레미레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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