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우리 자녀들마저 위협해
우리는 지금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혐오는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향해 낙인을 찍으며, 결국 사회 안전망 자체를 흔드는 무기가 되었다. 과거에는 특정한 범죄나 사건에 의해 공포가 발생했다면, 이제는 혐오가 그 자체로 위협이 되어 사람들의 일상과 심리를 파고든다.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는 혐오는 단순한 불쾌감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위험을 구조화하는 하나의 시대적 현상이 되고 있다
오늘,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폭탄테러 협박이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평범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갑작스레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교사와 학부모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협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 상처가 된다. 학교라는 공간은 안전해야 하는데, 누군가의 혐오와 증오가 그 울타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모로서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다.
이 사건은 혐오가 단순히 개인의 심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보와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혐오가 극단적으로 표출될 때, 그것은 폭력의 언어가 되고 물리적 위협으로까지 번진다. 그러나 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일시적인 협박으로 치부하거나, 기술적 탐지에만 의존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혐오를 조장하는 구조적 원인, 사회적 분위기, 제도적 허점을 함께 점검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느낀 불안은 단순히 하루의 해프닝으로 지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서 가장 큰 바람은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혐오가 시대의 공기처럼 만연해진 지금, 아이들의 일상마저도 그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 아이의 두려운 눈빛을 보며, 이 사회가 진정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게 된다. 혐오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다음 세대의 희망을 지키지 못한다. 부모의 걱정은 단순히 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점에서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