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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탈고의 길목에서 놓치고 있는 약속들에 대하여

by 파사리즘

정말 죄송합니다.
새로운 책을 탈고하는 길목에 서느라, 그동안 브런치스토리 글을 잠시 쉬어가야 했습니다.

흔히 창작의 고통이라 말하지만, 요즘 제가 마주한 고통은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순간의 진통이 아니라, 글을 쓰는 동안 다른 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는 상태 자체가 고통이었던 것이죠. 한 문장을 붙잡고 있으면 시간도, 계절도, 메신저의 알림창조차 희미해지는… 집중의 무게가 주는 침묵 속 외로움 같은 것이었습니다.


새벽 5시에 시작된 하루는, 커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할 여유조차 없이 교정지 위에서 멈췄고, 제 마음은 언제나 문장 사이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쓰지 못한 날에도 저는 늘 쓰고 있었고, 저를 지나간 하루도 모두 글이 되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길의 끝이 보입니다.

이제 곧 탈고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나면,

더 깊어진 이야기와 더 단단해진 글들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곧 더 좋은 글로,
다시 여러분의 오늘에 스며들겠습니다.


잠시의 공백이 있었더라도, 기다려 주신 시간까지 끌어안아 더 빛나는 문장을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곧 더 나은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자리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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