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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부모라서 미안해 Vol.9

이해와 단호함 사이, 중학생 아이의 공감을 얻기가 정말 힘들다.

by 파사리즘

어느덧 중학생이 된 둘째 아이,
자기만의 생각과 주관이 생겼다고 말은 하지만
하루종일 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며
그날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따끔하게 혼을 냈다.


"계획 없이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너는 지금, 중요한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거야."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자신만의 계획이 있다며
자기 삶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물러서지 않았다.
계획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게임에 몰두해 있는 모습이
나로선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들이 결국 아이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아빠는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
"나는 진짜 못난 아들이야."


불만 섞인 말 속에 묻어 있는 자책과
슬쩍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오늘의 대화가 훈육이 아닌 상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이의 눈엔,
자기만의 세상과 속도, 방식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나는 그것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내가 생각한 ‘옳음’의 기준만을 들이댄 건 아닐까.


아버지로서,
단호함과 사랑의 균형을 지키고 싶었지만
오늘 나는 어쩌면 그 균형을 놓친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실수조차도 결국 부모라는 삶에서의 배움 아닐까.
지금은 부족해 보여도
아이의 속도와 방식, 그 안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나의 자세도
조금 더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는 걸 배운 하루였다.

사랑은 언제나 옳은 방식으로 표현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아이의 문 앞에
묵묵히 앉아보려 한다.


큰 아이와의 비교가 아니라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보려 한다.


#초보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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