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가는 1년의 시간 앞에 서서

함께 살아와 주어서 고맙습니다.

by 파사리즘

연말이 되면 우리는 유난히 조용해집니다.
바쁘게 달려오던 발걸음이 잠시 멈추고,
달력의 마지막 장 앞에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책상 위에 남은 커피의 온기,
창밖으로 스며드는 겨울의 공기,
꺼내 놓았지만 아직 쓰지 않은 노트 한 권.
이 모든 풍경은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어땠습니까?”


대부분 사람들은

처음에는 성과부터 떠오릅니다. 이루어낸 것, 이루지 못한 것, 계획했던 것과 달라진 것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다른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었을 하루, 하지만 나에게는 꽤 버거웠던 어느 날의 아침.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고 싶었지만 결국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던 순간.

잘 해내겠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작은 결심 하나로
문을 나섰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회의실에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모니터 불빛만 켜둔 채

끝나지 않는 생각과 싸우던 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왔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던 시간들.


그 하루들은 어떤 보고서에도 남지 않았고,
어떤 성과표에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고, 당신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였습니다.


우리는 잘한 날만을 1년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하지만 삶은 잘한 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흔들린 날, 지친 날, 도망치고 싶었던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끝까지 살아낸 날들.


그날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당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1년을 정리하는 이 시간 앞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하루는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모든 선택이 정답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통과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도 됩니다.


“나는 잘 버텼다.”
“나는 나를 놓지 않았다.”
“나는 충분히 살아냈다.”


그 인정 위에서 다가올 새로운 하루는
조금 덜 두렵고,
조금 더 단단할 수 있습니다.


1년을 정리하는 시간은 반성이 아니라 존중의 시간입니다.


힘든 역경의 시간속에서

살아낸 나 자신을 조용히 안아주는 시간.


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됩니다.

당신의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가치 있었다는 것을.



1년 365일을 이겨낸 당신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