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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Apr 18. 2016

30. 베네치아 관광

베네치아 관광


베네치아 관광은 오늘 하루뿐이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를 거쳐 마지막 이탈리아 방문 도시가 될 밀라노까지 2박씩만 일정이 잡혀 있었고, 어제 도착 후 별도의 관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이 우리에게 허용된 베네치아 관광 일이다.


이곳 베네치아 호텔에서는 아침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유럽식 조식이라 해봐야 빵 몇 종류와 간단한 음식 등 아시아권 호텔의 조식 뷔페에 비하면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배낭 여행자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일단 배를 채워야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10시경 출발했다. 다시 역으로 가서 다음 역인 산타 루치아 역으로 향했는데 많은 관광객들로 기차가 붐볐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아들만 이렇게 일정을 잡은 줄 알았는데 많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숙박하면서 한 정거장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 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하고 역을 나서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뒤돌아 보니 역의 전경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유럽의 역사와는 다른 느낌이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운하와 화려한 도시의 전경은 마치 바다 위에 도시가 둥둥 떠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눈 앞에 이런 광경을 보고도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 정말 멋진 도시였다.  

중세에 지중해와 콘스탄티노플까지 장악하며 동방 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어 이탈리아의 여러 공국 중에서 최강의 공국으로 군림한 곳이다.  지금은 이탈리아로 통합되어 베네또 지방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지만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처럼(망하지도 않았지만) 지금도 이탈리아 북부의 부자 도시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베네치아도 아드리아 해의 범람으로 인한 홍수피해를 매년 되풀이하고 있고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약한 지반이 내려앉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멀지 않은 미래 도시의 존립 자체를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 역시 한국에서 뉴스에서 보도된 이런 내용을 보고 빨리 가보자고 생각했었는데, 워낙 부자 도시이니 이런 것을 대비하는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 싶다.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된 118개의 작은 섬과 177개의 운하로 이루어진 물의 도시라고 자료에는 나와있는데, 비행기 타고 위에서 보면 모를까 직접 다녀본 내 감각으로도 이런 수치가 도저히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일단 이곳에서의 교통수단은 수상버스와 수상택시 그리고 지상에서는 도보 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한다. 이미 관광의 도시답게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물결에 떠밀려 다니는 느낌이다.


 먼저 이곳에서는 바포레또(Vaporetto)라고 명명되는 수상버스 정류장으로 가 보았다.  

매표소 앞에 이미 긴 줄이 서 있었고 일단 줄을 서서 여러 옵션을 보니 12시간 티켓이 우리에게는 가장 적당해 보였다.  요금은 18유로이다.  긴 줄에 비하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36유로를 내고 2매를 구입했다.


노선표를 대충 보고는 수상 버스를 타고 관광을 시작했다. 운하를 타고 가면서 양 옆으로 보이는 베네치아 도시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어떻게 이런 광경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고,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인상적인 운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운하였는데, 이곳의 운하는 차원이 달랐다.  암스테르담 운하가 도시의 이곳저곳을 관통하는 것이라면 베네치아의 운하는 도시가 주가 아니고 운하가 중심이고 도시는 그곳에 살짝 떠있는 그런 장소같이 느껴졌다.

수상 버스의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어서 관광 책자에 보면 노선 정할 때 주의하라고 되어 있는데 나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상버스를 타고 운하를 가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주변 경관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관광이지 한 군데라도 더 보기 위하여 서두르는 그런 종류의 여행은 베네치아 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오랜 시간을 배위에서 보냈고 로마에서부터 시작된 이탈리아 여행은 우리를 더위와 싸우느라 지치게 했는데 사방이 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는 정말 시원했고 상쾌했다.

아들과 나는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힘들지 않은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베네치아 운하의 상징인 곤돌라가 다니고 있었다.  생각보다 곤돌라는 요금이 비싸다.  아들은 절대 안 타겠다고 했는데 덕분에 나도 못 탔다.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싼 마르코 광장 있는 곳에서 배에서 내려서 광장으로 걸어갔다. 이 광장은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했다고 하는데 내 눈에도 이탈리아에서의 보았던 광장과는 다른 상당히 넓고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과거 부자 공국의 도시답게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주변에 종루, 두깔레 궁전, 싼 마르코 성당 등이 모여 있어서 사실이 광장만 둘러보면 베네치아의 중심 관광지는 웬만큼 보는 것이다.

이런 멋진 광장도 겨울에는 인접해 있는 바다 때문에 한 번씩 침수되곤 한다고 한다.  또 이 광장에는 많은 카페들이 있고 노천카페 등이 광장에 펼쳐져 있는데 역사가 오래된 카페들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이중 카페 플로리안(Fiorian)은 유서 깊은 곳으로 바이런, 괴테, 바그너 등의 명사들의 단골 카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멋지고 넓은 광장도 누가 이탈리아 아니랄 까 봐 앉아 있을 곳은 전혀 없었다.  카페 역시 식사를 하지 않으면 음료만 마시면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역시 이탈리아의 광장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카페들이 모여있는 광장 한 켠에는 종루가 있다.

이 종루도 10세기에 지어진 것인데 그로부터 10세기가 더 지난 20세기 초에 무너졌다고 한다.  지금 종루는 10년의 공사 끝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 모습이 장관이라 한다.  역시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또 이 광장 주변에는 싼 마르꼬 성당이 있다.  12 사도 가운데 한 명인 싼 마르꼬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세운 성당이며, 이 유해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훔쳐온 것이라 한다.  이후 싼 마르꼬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 된다.

아쉽게도 성당의 윗부분을 보수 공사 중이어서 내부는 들어가 보지 않았다.


그리고 광장 한 면을 가로로 긴 화려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이 두깔레 궁전이다. 베네치아 공국의 정부 청사로 9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몇 차례 화재를 겪다가 재건을 반복하면서 지금의 건물은 15세기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한 눈에 보아도 얼마나 화려하고 웅장한지 과거 막강한 부를 자랑했던 베네치아의 위용을 보여준다.  2층의 대평 의원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인 Paradise가 걸려 있고, 그 밖에도 많은 명화들과 함께 다른 전시실에는 중세 시대의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이 내부를 보지 못했다.

  

하루밖에 시간이 안 되는 베네치아 관광에서 모든 것을 다 본다는 것은 불가능했고, 특히 이때가 성수기여서 세계적인 관광지인 베네치아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파가 집결되어 무엇 하나를 보려 해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야 하였다.

 이것 역시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이곳의 관광을 마치고 다시 뒤쪽으로 나오다 보니 큰 건물 사이의 좁은 운하에 곤돌라가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었는데 이 당시는 몰랐지만 이곳이 탄식의 다리라 불리는 곳이라 한다.

이 다리를 건너 프리 지오니 지하 감옥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햇빛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죄수들이 한숨을 지으며 건너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런 아픔이 있는 것도 모르고 그 당시는 아름다운 전경이라고만 생각했으니…

우리에게 플레이 보이로 유명한 카사노바 역시 이 다리를 건너 지하 감옥에 수감된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당시 나 말고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 다리를 카메라에 담느라 난리였는데 아마도 그들은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찍었을 것 같다.


다시 수상 버스를 타고 운하를 따라가면서 주변을 구경하다가 리도섬이라는 곳에서 배가 정차하길래 일단 내렸다.  한눈에도 상당히 부유한 느낌의 지역이다.

내려서 아들이 책자에서 찾아보더니 이곳이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를 하는 섬이라고 한다.  우연히 멋진 섬을 구경하는 행운을 누렸다.


19세기에는 유럽의 대표적 휴양지였다고 하고 해변가가 좋다고 하는데 수영복도 없는 우리가 해변가를 가 보았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갑자기 시장기가 몰려왔다.  섬을 걷다 보니 해변 주위로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이 있었는데 하나 같이 고급스럽고 비싼 집 같이 보였다.

  

더운 곳에서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았던 아들도 이곳의 시원함 때문인지 오랜만에 배고프다는 소리를 했고 둘 다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서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는데, 점심식사는 오후 3시에 끝난다고 하면서 그때까지 먹고 일어설 수 있으면 주문하라고 했다.  그  당시 시간이 오후 2시 40분 경이니 한국이라면 몰라도 음식도 늦게 나오는 이곳에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점심시간이 오후 2시에 종료된다고 해도 1시 50분에 들어오는 손님을 내쫓지는 않는 법인데 이곳에서는 종업원들이 자기 쉬는 시간에 민감해서 인지 아니면 한국의 업주들보다 배가 불러서인지 단호하게 안된다고 한다.


아무튼 이 집을 나와서 옆의 더 큰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이 곳 역시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다.  오늘도 제대로 점심 먹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에 한번 물어나 봤는데 식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나 반갑던지 야외 자리에 앉아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랜만에 고급 식사를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배가 고팠고 오랜만에 식욕을 되찾은 아들 때문에 스파게티 두 그릇과 피자 한 판을 시켰는데 양이 많아서 피자는 결국 남겼다. 나와 아들 둘이 음식을 남기는 경우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로 이 레스토랑의 음식은 양도 많았고 맛도 아주 고급스러웠다.

다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bread basket을 가져다주어서 스페인과는 달리 빵은 음식에 같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배부른 와중에도 한 개를 집어서 먹어 보았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돈을 받았고 그것도 빵 하나가 아닌 basket전체 가격을 받았다.  그것도 비싼 가격으로.  점심 식사 가격은 우리가 여행을 떠난 이후 아마 가장 비싼 가격이었을 것 같다. 40.88유로였는데 정말 처음으로 아들을 제대로 먹인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했고 배가 부르니 절로 기운이 났다.

무엇보다도 현금이 넉넉지 않아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가 피렌체에서 이 부분이 해결되니 음식점을 선정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작용해서 현금이 생기니 그 전에 그렇게 안 되었던 카드 사용이 잘 되었다. 웬 조화인지?

그곳에서 배를 타러 다시 걸어 나오다가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어서 2.5유로씩을 지불하고 아이스크림까지 맛있게 먹었다.

  

지금도 리도 섬은 부자 동네의 멋진 섬으로 기억되지만 그것보다는 맛있고 고급스러운 이탈리안 식사를 했던 곳으로 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역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우선순위가 위인 것 같다.


다시 수상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를 둘러보면서 망중한을 즐겼는데, 아침에 처음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모든 광경이 다 놓치기 싫은 멋진 풍경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부르니 더 황홀하게 보였다.

실컷 눈에도 담고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도 눌렀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그곳에서 직접 보았던 그 감동보다 못했다.  역시 인간이 아무리 정교하게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를 만들어도 하나님 이 만드신 우리 인간의 눈을 따라가기는 불가능한 것 같다.

앞으로도 여행할 때는 카메라를 찍기보다는 우리 눈을 통해서 우리의 망막에 많은 풍광을 담는 것이 더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수상 버스로 가다가 멋진 다리를 발견했는데 이름은 리알토 다리라 하고 이 다리는 베네치아를 관통하는 대 운하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을 골라 다리를 놓은 곳이라 한다. 베네치아의 상징 가운데 하나이며 가운데 부분은 큰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높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다리가 우리가 베네치아에서 구경한 마지막 명소이고 생각지도 않다가 보았으니 이번 베네치아 여행의 덤이 아닐까 싶다.

베네치아!  정말 멋진 도시이고 다음 방문에는 시간을 내서 오래 있을 곳으로 점찍어놓았다. 북부 이탈리아의 도시 중에는 밀라노 밖에 몰랐고 밀라노를 좋아하던 나는 이번 여행으로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를 거쳐 밀라노에 이르는 북부 이탈리아의 부자 도시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다음에는 이 도시들만 대상으로 다시 한번 여행을 올 예정이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 그중에서도 최고는 역시 베네치아이다.

 너무나도 큰 즐거움과 황홀함과 배부름을 경험한 베네치아 여행은 결국 시간이 모자란다는 아쉬움을 짙게 남기고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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