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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Apr 20. 2016

31. 밀라노 도착

밀라노 도착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오늘이 무슨 요일 인지 의식 못하고 다닐 때가 많다. 한국에 있을 때면 금요일인지 아니면 월요일 인지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데, 여행을 오면 매일 매일이 holiday이니까 인식 못하는 아니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오늘이 정든 베네치아를 떠나는 날인데 일요일이다.(2013.7.14)  아들과 여행을 떠나와서 네 번째 맞이하는 일요일인 것 같다. 앞으로 네 번의 일요일이 남았으니 여행도 어느덧 중간 지점에 도달한 것 같다.


어제 밤 미리 짐을 다 가방에 정리했으므로 아침에 샤워한 후 나머지 간단한 세면도구만 챙겨 넣고 호텔을 나왔다.  역에 가서 9시 50분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향했다.  밀라노에 12시 30분 도착이니 2시간 40분이 소요되는 셈이다.


사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처음 방문한 피렌체와 베네치아가 인상적이어서 밀라노에 대한 기대가 조금 수그러들어서 그렇지 과거 나의 가장 인상적인 이탈리아 도시는 밀라노였다.  로마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밀라노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였고, 특히 나의 눈을 사로잡은 두오모와 그보다 더 큰 감동을 준 빅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회랑이 잊혀지지 않는 밀라노만의 기억을 각인시켜 주었다.

  이 회랑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함을 자랑하는데, 들어가면서 둥근 아치형의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고, 십자가 형태로 되어 있는 중앙 교차점에는 둥근 천장이 내 눈을 호강시켜 주었다.  특히 바닥은 정말 아름다운 형형 색색의 대리석이 깔려 있었는데, 이 화려함은 밀라노의 도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 주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을 시작할 때도 일정을 보면서 몇 군데의 기대되는 곳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밀라노일 정도로 나는 개인적으로 밀라노를 참 좋아한다.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비옥한 롬바르디아 주의 주도인 밀라노는 다른 남부의 유럽 도시들같이 오직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가 아니고 산업이 상당히 발달된 곳이다.  우리가 잘 아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등의 고급 브랜드의 기업들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경제적인 부유함 만이 아닌 문화도 갖추고 있어서 위에서 말한 유명한 건축물들뿐만 아니라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서 보고 싶어 하는 스칼라 극장도 유명하다.  이런 유형의 문화 자산만이 아닌 무형의 독특한 문화도 있어서 커피맛과 커피를 즐기는 카페 문화로도 유명한 곳이다. 현재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의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 역시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가 이곳 밀라노에 출장 왔다가 밀라노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 즉 미국과 같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닌 분위기도 함께 즐기는 이 문화에 반해서 미국인 에게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자는 취지로 설립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상업주의로 많이 변질되었겠지만 초기 스타벅스는 밀라노와 똑같은 카페 분위기를 만들려고 상당히 노력하였고, 지금도 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 매출을 올리기 위하여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를 같이 팔아서 큰 성과를 올렸는데, 회장은 이 시스템을 없애 버렸다.  밀라노에서 느꼈던 카페에 들어가면서 맞이하는 향긋한 커피 향을 이 샌드위치 냄새 때문에 느낄 수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아무튼 벌써 이탈리아 북부 도시부터는 남부 유럽의 다른 도시들 즉 조상 잘 만나서 남긴 유적들만 가지고 관광수입으로 먹고사는 곳들과는 다른 어떤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곳 북부 이탈리아와 로마의 남쪽인 남부 이탈리아와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지역 갈등이 장난 아니다.  

밀라노와 베네치아 피렌체의 도시들은 이탈리아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밀라노의 경우는 가장 최근인 1861년에서야 이탈리아로 편입되었으니 15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 공국 시절의 막강한 부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 활발한 산업 활동으로 부자 도시인 이곳이 남부의 가난하고 무엇보다도 게으른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현실이 납득될 리 없다.  실제로 빠다니아 공화국(RepubblicaPadania) 독립 준비위원회까지 발족된 상태라 한다.


스페인에서도 보아왔던 지역갈등과 독립 움직임은 서로 다른 문화와 왕조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근간은 경제적인 능력의 차이가 아닌 가 싶어서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어느새 기차는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여행하면서 표시판만 보고 다녀도 어느 정도 그 나라 언어를 몇 개는 익히게 된다.  중앙이라는 central은 이탈리아 어로 centrale이다.  도착한 역에는 Milano Centrale라는 표시판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번 밀라노 방문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인지 중앙역을 나오면서 한 번 뒤돌아 보게 되었는데, 역 건물 역시 웅장한 예술품인 것 같다.  


아들이 미리 예약한 호텔로 갔는데 다행히 1시에 체크인이 되어서 바로 짐을 풀 수 있었다.  조그만 그리고 약간은 남루한 느낌의 호텔이었는데 밀라노의 물가가 장난 아닌지 아들은 이 호텔도 값이 비싸서 (다른 도시의 같은 등급의 호텔에 비해) 결정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카운터에는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앉아서 우리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어차피 밀라노도 오늘 오후와 내일 하루 밖에는 일정이 없다.  서둘러서 밖으로 나왔는데 베네치아 와는 다른 더위가 밀려왔다. 그래도 베네치아에서 한번 시원하게 걸러주어서(?) 그런지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거리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우리의 호텔이 중심지역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산했고, 가끔 지나치는 사람들의 인상이나 체격이 장난이 아니어서(?) 이곳의 치안이 어떤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웬일인지 아들이 도보가 아닌 전철을 타고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Santa Maria Delle Grazie) 교회에 간다고 한다.  사실 이 교회는 그 자체보다는 식당에 그려져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으로 더 유명하다.  

밀라노의 지하철을 이용하였는데, 자동 티켓 발매기로 표를 구입할 때 아들의 손놀림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가까웠다.  미처 나의 눈은 다 읽지도 못하였는데 바로바로 화면을 터치하면서 단계를 밟아 나갔고 아들이 넣으라고 할 때 신용카드만 집어넣으면 내 할 일은 끝났고 바로 티켓 2장이 발부되었다.  물론 내가 이제는 노안이 와서 돋보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빨리 글을 읽지 못한 면도 있었겠지만 돋보기를 썼다 한들 아들의 속도만큼 빨리 처리할 자신은 없었다.   아들이 나보다 영어를 더 빨리 읽고 이해할 만큼 영어실력이 앞설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이런 류의 문화에 더 익숙해서 인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제 아들 없이 나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엄두가 안 날 만큼 아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갔다.  

전철 요금은 1.5유로씩 이었다.


교회에 도착해 보니 이 최후의 만찬 작품은 예약 없이는 보기가 불가능했다. 이미 예약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한 번에 25명만 입장했고 약 15분 정도밖에는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이들이 다 보고 나오면 그다음 25명이 들어갈 정도로 엄격히 통제되어 있었다.  

이 작품이 유화이기 때문에 훼손이 무척 심하고 지금까지 몇 차례 복원 작업도 거쳤다고 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한 관리는 무척 엄격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 작품만은 꼭 보고 싶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아들도 상당히 아쉬워했지만 알아보니 오늘 관람 예약은 이미 2주 전에 끝났다고 하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옆에 레오나르도다빈치 박물관이 있어서 가 보기로 했다.  요금은 10유로씩인데 아들은 학생이라고 7유로를 받았다.  

알다시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유능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과학 분야의 관련 자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박물관이라 한다.  사실 나는 학창 시절 여러 분야에 항상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나오길래 이탈리아에 흔히 있는 이름으로 동명이인인 줄 알았었다. 미술보다는 이런 과학 분야에 더 관심이 많은 아들과 나는 최후의 만찬 대타로 관람한 이 박물관에서 제법 흥미로운 것들을 구경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있던 교회와 달리 이곳은 한산한 편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식사는 오다가 발견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제하던 패스트푸드를 나는 이번 여행에서 자주 먹게 되었다.  

 배낭여행이란 것이 이렇게 먹고 다니는 여행이 아닐까?  계속 걸어 다니니 그렇게 건강에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을 것이란 스스로의 위안을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리스본 이후로는 체중을 재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상당히 줄어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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