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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Apr 17. 2016

29. 베네치아 도착

베네치아 도착


오늘은 피렌체를 떠나서 베네치아로 가는 날이다. 

 

먼저 피렌체를 떠나면서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  이번에는 너무 더워서 또 앞의 여행에서 많은 에너지를 빼앗겨서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런 와중에 너무 멋진 도시임을 알았다.  다음에 다시 한번 와서 며칠을 보내야 할 도시다. 


이제 가는 베네치아도 그림엽서로만 보았을 뿐 처음 가는 곳이어서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많은 기대를 하게 하는 곳이었다.  다만 아들이 로마 스페인 광장에서 만났던 학원 친구가 베네치아를 거쳐서 로마로 왔었는데 베네치아가 살인적인 더위이니 각오하라고 했다는 그 정보가 내 마음을 밝지 않게 해 주었다.


피렌체에서 우리를 만족시켜 주었던 숙소를 빠져나와서 중앙역에 9시 30분 경 도착했다.  역 안을 둘러보니 마침 맥도널드가 있어서 아침 식사를 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하는 간단한 식사이니 9.8유로에 저렴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커피 한잔씩 하면서 아들과 다음에 날이 선선할 때 피렌체에 다시 한번 오자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들도 예상보다 훨씬 인상적인 피렌체 도시를 이렇게 떠나기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10시 15분 기차를 타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보니 로마에서 피렌체 올 때 와 같은 특급열차였다.  유레일을 타다 보니 각 나라마다 철도 사정이 달라서 어떤 나라는 기차 상태가 상당히 낙후되었고 또 어떤 나라의 기차는 고급인 곳도 있었는데 이탈리아의 경우는 후자이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기차 내부였고 우리가 이용했던 1등석은 비행기 비즈니스 석 정도의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와 아들은 모두 베네치아를 가 본 적이 없다.  사진으로만 보던 베네치아는 너무 아름답고 또 궁금해서 이번 여행을 하기 전에 아들한테 특별히 요청했던 몇 개 도시 중의 하나가 베네치아다.  정말 기대가 되는 방문이었다.


베네치아는 어떻게 이런 수상 도시로 만들어졌을까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자료를 보면 육지와 바다 사이의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을 라구나(석호)라 하는데 이곳에 있는 작은 섬들로 옮겨가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옮겨간 이유야 당연히 외적의 침입이었을 테고 이 당시가 6세기 경이라 한다.

이 라구나에 지속적으로 흙을 채워 넣어서 보강함으로써 베네치아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처음에야 당연히 이 당시 다른 유럽 도시와 같이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698년 초대 총독이 선출되고 독립하게 된다.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세력도 커졌고 10세기 경부터는 에게해의 크레타 섬도 정복하는 등 해운도시였던 제노바, 피사 등과 지중해 교역의 패권을 놓고 다툴 만큼 성장하게 된다.  

이 도시의 전성기는 15세기로 이 당시에는 내륙지방에도 세력을 넓혀서 많은 도시들을 정복했고 심지어 그리스의 키프로스 섬까지 차지하게 된다.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동방의 산물들을 중개 무역하면서 많은 부를 축적했고 문화적으로도 피렌체 다음으로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운 도시였다.

그러나 역사가 항상 그러하듯이 베네치아가 너무 번성하고 강대해 지자 16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반 베네치아 동맹을 맺어 견제하면서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기 시작한다.  해상에서도 에게해와 그리스 영토를 잃는 등 쇠퇴해 가던 이 도시는 나폴레옹에게 점령되면서 종말을 맞이했고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있다가 1866년에 이탈리아에 통합되었다.


그런데 이 수상도시를 유지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먼저 이 라구나라는 곳은 하천의 유입에 의해 퇴적물이 쌓이게 되고 결국은 얕은 바다가 육지가 되어 버린다.  우리가 다녀온 피사도 지금의 베네치아 같이 수상도시로 출발한 곳이었는데 중세 때 육지가 되어 버린 곳이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하여 베네치아 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치수공사를 한다고 한다.

반대로 바닷물이 너무 들어오게 되면 얕은 바다가 아예 깊은 바다로 되어 버리기 있기 때문에 라구나의 바깥쪽에 조류를 제어하는 방파제를 만드는 대공사도 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지금 보는 베네치아는 이 해양도시를 유지하기 위하여 육지화와 해양화를 동시에 막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금전적인 지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비용은 대부분 해마다 찾아오는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관광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거꾸로 너무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또 이들을 위한 보트나 수상버스의 모터에 의해서 라구나를 지지하는 토대인 뻘들이 기반이 약해지면서 지반이 침하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20세기 이후 거의 70센티미터나 지반이 침하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사가 그러하듯이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는데 베네치아 입장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들이 양면의 동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이번에 베네치아를 꼭 가자고 내가 요청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도 향후 몇 년이 지나면 베네치아가 지반침하에 의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접하고서 였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 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려서 10시 15분 피렌체를 출발한 기차는 12시 8분에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역에 내려서 숙소에 가려고 하니 아들이 나보고 역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틀림없이 여기서도 호텔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 경일 테니 숙소에 혼자 먼저 가보고 오겠다고 한다.  그러기에는 이 더위에 아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아들은 큰 짐을 끌면서 고생하고 가는 것보다 자기 혼자 짐 없이 가보는 것이 오히려 편할 것 같으니 아빠는 이곳에서 짐을 지키면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아들이 혼자 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아빠랑 같이 와서 공연히 고생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이런 나에게 아들은 오히려 혼자 왔으면 무거운 짐을 들고 고생했을 텐데 아빠가 짐을 맡아 주고 있어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고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계속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아들이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배려심은 감동적이었다.  여행 내내 대견하기도 하면서 미안함도 같이 있었다.


아들이 금방 다녀오더니 역시나 오후 3시가 되어야 체크인이 가능하고 피렌체에서와 같이 호텔 문은 굳게 잠겨 있다고 했다.  피렌체에서 같이 짐을 맡기고 먼저 관광을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아들은 베네치아를 관광하기 위하여는 이곳이 아닌 기차로 한 정거장을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아들한테 처음 들었는데 우리가 내린 이 역은 베네치아 메스뜨레(Mestre)역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베네치아의 관광지는 다음 역인 베네치아 산타 루찌아(Santa Lucia) 역이라고 한다.  우리가 내린 메스뜨레 역은 주로 숙박업소가 모여있는 곳이고 10분 정도 더 들어가야 있는 산타루치아 역이 관광지이며 베네치아 도시는 이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3시까지 기다리기 위하여 역에 있는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음료수와 프렌치프라이를 시켜서 먹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꽤 있었는지 맥도널드 매장 안은 큰 가방을 옆에 세우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앞의 테이블을 보니 한국인 신혼부부 인 듯 보여서 반갑기도 했는데 여성분이 어찌나 목소리 크게 한국말을 하는지 조금 민망했고 특히 음식을 너무 쩝쩝거리며 먹어서 공연히 내가 창피했다.  미국도 그렇지만 이곳 서양 문화는 항상 입을 다물고 조용히 식사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한국음식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입을 벌리고 쩝쩝 소리를 내면서 먹는 편인데 오늘 보았던 한국인 젊은 부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별나게 쩝쩝 거리는 스타일이어서 이곳에서는 더더욱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들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에게 작은 소리로 앞으로 먹을 때 조심해야겠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이 당시는 이 젊은 부부가 우리에게 한국 사람 아니냐고 말을 걸어 올 까 봐 조마조마했다.


할 일 없이 시간 가기만 기다리는 입장이니 이곳 이탈리아 사람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의 행동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고약한 나의 취미 활동이 또 발휘된 것이다.

먼저 이곳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사람들은 맥도널드에서 빅맥같이 큰 햄버거를 먹지 않고 가장 작은 햄버거를 여러 개 먹었다.  보통 3개씩은 먹는 것 같았는데 그러다 보니 4인 가족이 주문하고 햄 버기를 받아올 때 보면 큰 쟁반에 햄버거가 수북이 쌓여 있다.

평균적인 한국인에 비하면 훨씬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데 그렇다고 미국같이  비만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는 매스컴에서 너무 다이어트 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가싶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곳에 비하면 식사량이 적은 편이고 특히 식사 후 먹는 디저트는 너무 차이가 나서 과일 몇 쪽 먹는 것이 디저트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이곳에서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거의 식사 수준의 디저트를 먹는다.  물론 과식하는 것이 좋을 리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특히 젊은 사람들(그중에서도 여성)이 너무 본인들이 비만하다고 생각하고 먹지 않는 것 같다.  이곳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특별하게 비만한 사람들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걱정할 정도의 비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좌석 뒤쪽에는 금발의 멋진 여성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처음에는 우리와 같은 고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뒤쪽의 화장실 가는 사람들이 이 여성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는 들어가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들어가던 여성과 이 금발의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는 무슨 일인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런 일에는 거의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짐작으로 진상을 밝혀서 아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유럽의 화장실 문화는 이미 앞에서 설명해 드렸고, 여기서는 햄버거나 음료를 구입한 영수증을 이 금발의 여자에게 보여주어야 화장실 이용이 한번 가능한 듯했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성은 여러 명의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이미 한 장의 영수증은 사용하였고 다른 아이가 화장실에 가려는데 못 들어가게 하는 직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음식점에서의 물도 제공되지 않고 돈을 지불하고 사 먹어야 하고 또 화장실도 유료이니 이 기본적인 두 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한국이야 말로 천국인 듯 싶다.  또 유료인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모든 공중화장실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한국에 비하여 그리 깨끗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도 모르게 어느덧 우리의 수준은 우리가 한때 우상으로 생각하던 유럽의 수준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고, 한국에 있을 때는 잘 몰랐고 오히려 비난만 하던 여러 공공시설이 막상 외국에 나와서 비교되었을 때는 우리가 한국에서 얼마나 격조 있게(?) 살았는지 비로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나는 한국에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고 따라서 화장실도 물을 안 먹는 사람보다는 더 자주 가는 편이어서 유럽에 올 때 은근히 걱정도 했었는데, 우리 몸은 신기하게도 환경에 잘 적응해서 물론 한국에서처럼 물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지만 한국만큼 자주 화장실에 가지 않게 되었다.


이런저런 것들을 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우리는 호텔에 가서 체크 인을 하였다.  이곳도 여타 다른 이탈리아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시세를 받았다.  호텔은 작은 호텔이었지만 문화 도시답게 운치가 있었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저녁은 스파게티 생각이 간절했는데 아들 역시 같은 생각이어서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다.  가격은 16.5유로였다.


아직 베네치아 관광은 시작도 안 했고 베네치아 관광지의 베드타운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곳만 보았지만 왠지 베네치아는 좋은 느낌을 주었다.  날씨 역시 피렌체와는 다르게 시원한 편이었다.


 오늘 하루 동안 이런저런 상황에 대처하느라 힘들었을 아들도 푹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이래 저래 리더란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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