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son Jul 19. 2016

68. 에필로그

에필로그


글을 쓰기로 했을 때도 과연 이 글이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생겼고 솔직히 3년 전의 50일간의 여행을 그대로 기억해서 복기해 낸다는 것이 전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쓸 수 있을 때 까지만 이라도 써보자고 시작했는데 도중에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 런던까지 마무리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기간으로 따져도 3월 초에 시작을 했으니 거의 4개월 보름에 걸쳐서 글을 쓴 셈이고 글도 글이지만 과거의 아들과 나의 행적을 몇 안 되는 단서를 가지고 오로지 기억으로 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오랜만에 나에게 살 떨리는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사실 이 글이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아들과 나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있는 사실 그대로 여행 전 과정을 기술해 나가는 것에 가장 첫 번째 우선순위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을 올릴 때마다 검증받아야 하는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한 감시자는 바로 아들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어떻게 그때 당시를 그렇게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신기해하고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면서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할 때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느낌이었고 그리고 다음 편은 언제 나오냐고 나를 재촉할 때마다 힘든 나를 다시 집중시키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로마까지 썼을 때 다른 일도 있어서 더 이상 글 쓰는 게 힘들어져서 중단하려 했을 때도 며칠에 걸쳐 카톡을 통해서 나를 설득했던 사람도 아들이었고 최대 고비였던 룩셈부르크와 덴마크 코펜하겐 그리고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쓸 때는 지나간 일정을 기억해 내서 정리하는데 각 나라마다 거의 일주일 이상을 끙끙거릴 때도 같이 고민해 준 사람도 아들이었습니다.

결국 완성된 이 기록은 당시 여행의 리더였던 아들의 검증을 거친 정확한 여행 기록이 되었습니다.  혹시 제가 기억 못해서 빠진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없던 사실이 기술된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이제 완성된 아들과의 여행 글이 저한테는 큰 선물로 남았습니다.  아들한테도 큰 선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저의 기록을 남기는 일이어서 주위에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올렸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들어와서 읽어주셔서 사실 조금 놀랐고 또 다른 보람이 되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대로 심한 사춘기를 거치면서 아들은 정말 멋지고 의젓한 성인으로 탄생했고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물론 본인의 의지가 컸겠지만 부모의 역할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아이들은 부모들이 믿어주는 범위까지만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순간 아이들은 더 성장하지 못합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내가 자식을 못 믿는데 다른 어느 누가 내 자식을 믿어주겠는가 하시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식한테도 적용되어서 남의 자식은 다 훌륭해 보이고 자기 자식은 한 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절대로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되고 내 자식의 앞날이 무궁무진하고 성장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없다고 믿으셔야 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도 나는 아들을 믿고 아들이 리더로서 여행을 주관하고 인솔하도록 하였는데 물론 첫 여행지인 바르셀로나에서부터 각 도시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내가 관여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나서지 않자 오히려 아들은 훌륭하게 모든 난관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고, 중반을 넘어서자 오히려 나를 돌보기 시작했고, 여행 막바지에는 아들 없이는 불안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50일 만에 내가 생각했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성장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느낀 점은 부모가 나서지만 않아도 아이들은 폭풍 성장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부모들의 쓸데없는 간섭과 잔소리가 자식들을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기에 말 한대로 이번 여행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말씀인 ‘아비들아 네 자식들을 노엽게 하지 마라’는 정말 절묘한 한 수였습니다.  여행 후에도 이 말씀대로 행하고 있는데 아비들이 자식들을 노엽게 하지 않으면 자식들도 아비들을 노엽게 하지 않는다는 평범하지만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보통의 자식들이란 설사 부모가 잘 못 해 주었어도 나이가 들면 그래도 자기 부모라고 효도를 하는 법인데 하물며 자신을 노엽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부모한테는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잘 하겠습니까?


그리고 아이들은 각 나이 때마다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무조건 같이 놀아주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또 부모와의 교감이 생기는데 항상 아빠들은 돈을 번다는 대 명제 아래 자식과의 시간을 등한시하게 마련입니다.  아빠들의 생각이란 보다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돈도 더 벌면 그때 아이들과 시간을 가져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정말 이것이 큰 착각입니다.  절대로 생각대로 아이들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다음에 아빠가 집에 들어가도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갈라놓은 기적을 이루듯이 엄마와 잘 놀던 아이들은 바로 갈라져서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이런 모습에 처음에는 섭섭해하던 아빠들도 나중에는 분노하게 됩니다.  오직 가족들만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그 가족들이 외면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미 아이들은 그동안의 공백으로 인하여 아빠와의 공통적인 관심사항이 없는 상태이므로 아무리 노력해도 아빠와의 대화는 두세 마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됩니다. 

 

나도 젊었을 때 아이들과 꼭 시간을 내서 같이 놀았기 때문에 이번에 이렇게 긴 여행을 같이 가는 영광(?)을 누렸지 그렇지 않으면 내 친구들같이 심지어 거액의 상금을 걸어도 바로 거절당하는 수모를 맛보았을 겁니다.  내 친구들도 결국은 다 포기하고 이제는 그 나이에 아빠랑 같이 여행 다니는 내 아들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으로 결론(?) 내고 서로서로 위안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이 위안이 된다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이들이 아빠인 나를 움직이는 큰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아내에게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최근에 어떤 글을 읽다 보니 실지로 그리스 속담에 ‘아이들에게 아빠란 세상에서 가장 큰 장난감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엄마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아빠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분명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것과 회사에서의 사회생활을 같이 병행해서 할 수 있습니다.  내 세대에는 남자가 가정적이면 사회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정설이었을 때입니다. 나는 가정적이라는 놀림(?)에 구애받지 않고 내 생각대로 사회적으로 사람 만나는 일 못지않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에도 많은 공을 들였는데 직장의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인맥을 구축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고 횡적으로나 종적으로 좋은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었으니 사회생활을 잘 하기 위하여 가정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다는 말은 사실 핑계일 뿐입니다.  결혼 아직 안 하신 분들이나 예비 아빠들 그리고 아직 자녀들이 어린 아빠들은 꼭 이 말을 새겨들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 자녀들이 이미 장성하신 아빠 분들도 자식들을 노엽게 안 하는데 노력만 하셔도 자식과의 관계가 너무 좋아집니다.

 

그리고 자식한테 해야 할 또 다른 일이 여행을 보내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여행은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또 본인이 한국에서의 가치관만 최고로 알고 살다가 해외에서 다른 가치관들을 접하고는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의 세상을 처음 보는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제 딸 같은 경우는 인생관 자체가 바뀌어서 귀국하였는데 제 생각은 특히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왔으면 합니다.  제 글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요즘 한국의 환경은 유럽의 웬만한 나라들이 따라올 수 없는 윤택함이 있습니다.  사방에서 특히 지하철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고, 깨끗하게 정비된 공중화장실을 어디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어느 음식점에 가도 반찬과 물을 무료로 무한리필해주고 음식값의 18% 정도를 팁으로 주지 않아도 되고 어느 곳에서 주문해도 2-3일 이면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택배 시스템이 있는 우리나라는 유럽의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인프라가 있는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에 비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 당시 금융위기에 있었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도 그들은 IMF 때의 한국인들과는 다르게 활기차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너무 우리만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가게 되는데 이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가치관도 접해 보는 것이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장기적으로 보면 행복한 사람이 인생에서도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저는 아이들에게 혼자 가는 배낭여행을 권합니다.  그래야 위에서 말한 것들뿐만 아니라 우리와 다른 문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어도 혼자 가서 부딪혀 봐야 레벨 업이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 앞에서 보다는 같은 한국인 앞에서 영어 하는 것을 상당히 쑥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서 여럿이 가게 되면 그중 가장 영어가 뛰어나거나 아니면 용기가 있는 자만 영어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그저 한마디도 못하고 따라만 다니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는 해외여행의 이점이 아무것도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반드시 혼자서 유럽 여행을 다녀오도록 했던 것이고 실제로 약 한 달간 다녀왔을 때는 떠날 때와는 다른 성숙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게 됩니다.


이제 아들과 저의 여행기를 읽으신 분들이 무엇보다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바라는 바이고,  또 여행기인 만큼 유럽에 여행 가시는 분들이 일정을 잡는데 많은 참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기서 소개되었던 나라들에 스칸디나비아 3국만 합해지면 사실 거의 전 유럽을 섭렵하게 됩니다.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다녀왔던 스칸디나비아 3국에 대해서도 여행기를 쓸 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써보니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어서 사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끝으로 이 기행문을 써 보라고 계속 압력을 넣었고 또 동시에 용기도 북돋아 주었던 아내와, 글을 연재한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소개해 주었던 딸에게 감사하며,  두 여자의 헌신적인 칭찬(?)이 이 기행문을 완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이제 제 노트북의 자판기에서 벗어나서 아내가 글을 마친 기념으로 선물한 고가(?)의 기타를 치면서 행복해질 까 합니다.  과거에는 여름에 기타나 치던 베짱이가 겨울에 식량이 없어서 비참하게 된다고 들었었는데 이제는 이 베짱이가 음반 취입해서 대박 난다고 하니 행복한 마음으로 즐겨보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67.여행의 끝 귀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